남성용 샤프트 쓰는 장타여왕 김아림 "이제야 물 끓기 시작"

입력 2018-09-23 18:15   수정 2018-09-25 14:36

남성용 샤프트 쓰는 장타여왕 김아림 "이제야 물 끓기 시작"





(용인=연합뉴스) 권훈 기자= 23일 경기도 용인 88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김아림(23)이 우승하자 선수와 투어 관계자 사이에선 "휴화산이 활화산이 됐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2015년 2부 투어인 드림 투어에서 무려 4승을 쓸어 담으며 2016년 KLPGA투어에 데뷔한 김아림은 워낙 뛰어난 체격 조건에 남다른 장타력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불렸다.
키 175㎝에 체중이 70㎏에 이르는 김아림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져진 단단한 체격이 '여전사'를 방불케 한다.
김아림은 이번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 259.89야드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마음껏 때리면 290야드는 날릴 수 있다는 김아림의 장타력은 선수들 사이에 선망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다.
김아림의 장타력은 타고난 체격과 힘에 꾸준한 근력 운동으로 올해 더 향상됐다.
하지만 김아림의 이런 잠재력이 폭발하는 데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장타력만큼 정확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상금랭킹 37위, 작년 상금랭킹 49위가 말해주듯 김아림은 그저 유망주의 한 명이었을 뿐이다.
그런 김아림은 올해 스타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3월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부터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 3번이나 편성돼 우승 경쟁을 벌였다.
특히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박인비(30)와 결승에서 만난 김아림은 장타력과 특유의 당당한 플레이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승 없이도 상금랭킹 10위에 오를 만큼 물오른 경기력을 과시한 김아림에게 날개를 단 것은 아이언 샤프트 교체였다.
그는 상반기 대회가 끝난 다음에 전에 쓰던 것보다 더 무겁고 강도가 강한 샤프트를 아이언에 정착했다.
대개 프로 선수들은 여름이 오면 체력이 떨어지면서 클럽 샤프트 강도와 무게를 낮추지만 김아림은 거꾸로였다.
한국 미즈노 클럽 피터 박재홍 팀장은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강한 샤프트를 끼웠다. 강하게 때리는 스윙을 지닌 남자 선수들이 주로 쓰는 샤프트"라고 설명했다.
샤프트 강도를 높인 건 금세 효과가 났다. 아이언샷 정확도가 확 높아졌다.
김아림은 "내가 원하는 탄도로, 원하는 거리로 공을 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화 클래식 때 쓰기 시작한 남성용 스펙 아이언은 3개 대회를 치르자 온전히 손에 익었다.
올포유 챔피언십에서 이 아이언이 "이제 손에 딱 맞는다"던 김아림은 우승 경쟁 끝에 7위를 차지했고 일주일 뒤 생애 첫 우승을 따냈다.
김아림은 "물의 온도를 계속 올려왔더니 이제 끓기 시작한 것"이라고 이날 우승을 표현했다.
김아림은 우승 욕심보다 "내 골프를 하자"는 마음가짐도 첫 우승을 따낸 원동력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최종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라커룸에서 체력 훈련을 지도하는 트레이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트레이너는 김아림에게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다투는) 기회는 앞으로도 수없이 자주 온다. 이번에 안 돼도 좋으니 네 경기를 하라"고 조언했다.
스윙을 가르치는 허석호 코치는 "한바탕 잘 놀다 오라"고 제자에게 말했다.
김아림은 "우승 기회를 놓친 경기를 돌이켜보면 너무 우승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고, 한바탕 잘 놀지도 못했다"면서 "오늘은 신나게 내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아림의 골프 철학은 조금 엉뚱하다.
그는 "목표는 언제나 내 골프의 성장"이라면서 "우승하고 않고를 떠나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경기력을 구현해내는 게 목표이며 우승을 했다고 해서 목표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 무대에 진출하고 세계 1위가 되고 싶은 꿈이야 누구나 있겠지만 그런 현실적 목표에 얽매이긴 싫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아림은 그러나 "메이저 대회 우승은 하고 싶다"면서 "다가오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가장 어려운 코스에서 열리는 한국여자오픈은 꼭 정상에 서보고 싶은 대회"라고 욕심을 드러냈다.
남다른 장타력 때문에 '제2의 박성현'이라고 종종 불리는 김아림은 "감사하지만 박성현 선배와 나는 아주 다르다"면서 "박성현 선배와 대결한다면 다른 점을 다들 아시게 될 테니 그날을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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