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유일 난민구조선 활동중단 위기…"伊압력에 선적 박탈"

입력 2018-09-25 06:00   수정 2018-09-25 11:48

지중해 유일 난민구조선 활동중단 위기…"伊압력에 선적 박탈"
파나마가 선박등록 취소…살비니 伊부총리 "압력 넣은 적 없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다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난민을 구조하는 프랑스 비정부기구(NGO)의 구조선이 선적을 박탈당해 활동을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4일 뉴스통신 ANSA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 메디테라네는 이들이 공동 운영하는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호가 "이탈리아 당국의 명백한 경제·정치적 압력으로 파나마로부터 선적을 취소당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 같은 조치는 수많은 난민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도록 내모는 것이자, 아쿠아리우스 호의 인도적인 임무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비아 연안에서 조난에 처한 배 2척에서 난민 58명을 구조한 아쿠아리우스 호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몰타와 이탈리아 당국 모두 입항을 거부하는 바람에 며칠째 지중해를 정처 없이 맴돌고 있다.
2016년 2월 이래 지중해에서 난민구조에 나선 이 배는 당초 지난 8월까지 지브롤터 선적이었으나, 지브롤터 항만 당국으로부터 등록을 취소당하자 파나마에 재등록한 뒤 활동을 이어왔다.
파나마 당국은 아쿠아리우스 호가 파나마 정부에 '정치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며, 이탈리아 당국이 이 배에 대해 즉각적으로 조처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민간 난민구조선으로 알려진 아쿠아리우스 호는 선적 취소에 따라 특정 항만에 정박할 경우 즉각 운항 정지 처분을 받게 되는 까닭에 새로운 선적을 얻을 때까지는 활동을 접어야 한다.
지난 6월 출범한 반(反)난민 성향의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NGO 난민구조선의 자국 항만 입항을 불허하고, NGO의 난민 밀입국 업자와 공모 여부 등 불법 가능성을 수사하면서 그동안 난민구조에 상당한 역할을 하던 NGO의 난민선은 줄줄이 운항을 중단해야 했다.


이탈리아의 강경 난민 정책을 주도하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그러나 "심지어 파나마의 (국제전화용) 국가번호조차 모른다"며 이탈리아 정부가 파나마에 압력을 넣었다는 이들 NGO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아쿠아리우스 호를 '유령선'이라고 부르며 "그 배는 이탈리아 항구에 절대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OS 메디테라네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 정부들에 아쿠아리우스 호가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자국에서 선적 등록을 허용하던지, 파나마 정부에 선적 취소를 철회하라고 설득해 이번 사태 해결에 도움을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현재 유일한 대안은 프랑스 마르세유 항으로 향하는 것"이라며 뱃머리를 프랑스로 돌렸다고 밝혔다.
[로이터제공]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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