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기다렸다"…'포스트 추석' 노리는 영화들

입력 2018-09-26 14:00  

"때를 기다렸다"…'포스트 추석' 노리는 영화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올 추석 극장가는 '안시성', '명당', '협상' 등 국산 대작 '빅 3'에 공포영화 '더 넌'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격전이 벌어졌다.
연휴가 닷새나 이어지면서 내로라하는 대작들이 대목을 노리고 추석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파이'도 크지만 '입'이 동시에 몰린 만큼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치열한 전장에 뛰어들어 힘을 빼는 대신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출격 태세를 가다듬은 영화들도 있다. 바로 다음 달 3일 일제히 개봉하는 '암수살인', '베놈', '곰돌이 푸: 다시 만나서 행복해', '셜록 놈즈' 등이다.
사실 이 영화들은 개봉일이 개천절이고 둘째 주에 공휴일인 한글날을 끼고 있어 추석 연휴보다는 못해도 나름대로 흥행에 유리한 조건을 안고 개봉하는 셈이다. '포스트 추석'을 노린 이들의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주목된다.




◇ 언론·평단 호평 '암수살인'…상영금지가처분 암초
추석 이후를 노리는 국산 영화의 선두주자는 김윤석·주지훈 주연의 '암수살인'이다.
시사회를 통해 사전 공개된 '암수살인'의 만듦새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빅 3' 이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부산지방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소속 '김형민'(김윤석 분) 형사는 살인 혐의로 수감된 살인범 '강태오'(주지훈 분)로부터 접견 요청을 받게 된다. 접견 자리에서 태오는 형민에게 자신이 죽인 사람이 모두 7명이라고 자백한다,
태오의 구체적인 진술과 형사의 직감으로 그의 자백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된 형민은 태오가 적어준 7개 살인 리스트를 믿고 수사에 들어간다.
기존 형사물과 달리 정의감에 불타 앞뒤 가리지 않는 형사 대신 현실적인 형사의 모습을 스크린에 옮겼으며, 잔인한 살해 장면이나 심장 박동수를 끌어올리는 격투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연출은 일절 배제했다.
그러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은 것은 물론 묵직한 메시지까지 던져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끌어냈다.
그러나 살인 피해자 유가족의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라는 변수가 등장한 상황이다.
피해자 여동생 A 씨는 지난 20일 "영화가 오빠의 살해 장면과 범행수법, 살해 지역까지 그대로 묘사해 가족이 고통받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상영금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제작사 측은 "영화가 모티브로 한 실화의 피해자 유가족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으나, 부정적인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또다시 돌아온 마블…이번엔 빌런 히어로 '베놈'
지난 7월 '앤트맨과 와스프'로 544만7천825 명의 관객을 불러들인 '마블'이 두 달여 만에 새로운 히어로를 출격시킨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대표적인 빌런(악당)인 '베놈'이 그 주인공이다.
마블 사상 빌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처음인 만큼 전 세계 영화팬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블 팬층이 두터운 만큼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어벤져스' 시리즈로 익숙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하는 작품은 아니다. 영화의 제작사가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아닌 소니픽처스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블 캐릭터들의 복잡한 판권 문제와 얽혀있다. 베놈이 등장하는 스파이더맨은 분명 마블 코믹스에서 출간한 작품이지만, 영화 저작권은 소니픽처스가 가지고 있다.
베놈은 진실을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는 열혈 기자 '에디 브록'이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의 숙주가 된 후 마블 최초의 빌런 히어로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브록은 거대 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에 잠입했다가 실험실에서 심비오트의 기습공격을 받는다.
심비오트와 공생하게 된 에디 브록은 악한 존재만을 상대하려하지만 심비오트는 난폭한 힘을 주체하지 못한다.
'덩케르크',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셉션'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준 톰 하디가 베놈으로 분했다.
또 '인터스텔라'의 시각 효과 감독인 폴 J. 프랭클린과 '아이언맨' 1·2의 촬영 감독 매튜 리바티크,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미술감독 올리버 숄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제작진이 참여해 기대감을 높인다.




◇ 원작 소설 재창조한 '곰돌이 푸'·'셜록 놈즈'
원작 소설을 각색한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와 '셜록 홈스'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결합한 애니메이션 '셜록 놈즈'도 추석 이후를 겨냥한다.
디즈니의 세 번째 '라이브액션' 작품인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우리가 익히 아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다. '라이브액션'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명작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재창조하는 프로젝트다.
원작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푸의 유일한 인간 친구 크리스토퍼 로빈은 내일부터 학교에 간다고 고백하고 '100 에이커 숲'을 떠난다.
수십 년째 로빈을 기다리던 푸는 너무 오래 로빈이 돌아오지 않자 나무 둥지의 문을 열고 런던에 있는 로빈의 집에 나타난다.
그러나 거의 30년 만에 나타난 푸는 로빈의 일을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결국 로빈은 푸를 데려다주기 위해 '100 에이커 숲'으로 향하고 의도치 않게 어린 시절 동물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제목만 보면 어린이용으로 착각할 공산이 크지만, 이 영화는 분명 어른을 위한 동화다.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되지'라는 푸의 말처럼 바쁜 일상에도 가끔은 쉼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다.



'셜록 놈즈'는 2011년 개봉한 '노미오와 줄리엣'의 후속편이다. '놈'은 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난쟁이 요정으로 영화의 주인공 셜록 놈즈와 왓슨, 노미오, 줄리엣은 모두 놈 일족이다.
런던 최대 불꽃놀이를 앞두고 런던의 정원 요정이 대부분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셜록 놈즈와 파트너 왓슨이 수사에 나서고 사라진 가족을 찾기 위해 노미오와 줄리엣까지 수사에 참여한다.
셜록은 이 사건이 산산이 부서진 것으로 알았던 숙적 '모리아티'의 짓임을 밝혀내고, 그가 숨겨놓은 단서를 찾아 나선다.
'쿵푸팬더'를 연출한 존 스티븐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전편인 '노미오와 줄리엣'에서 총괄 제작과 음악을 맡은 엘튼 존이 신나고 유쾌한 OST를 선보인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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