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유호 실종 20년]⑨국제해사국 해적신고센터장 노엘 충 인터뷰

입력 2018-09-29 19:00  

[텐유호 실종 20년]⑨국제해사국 해적신고센터장 노엘 충 인터뷰
"요즘 해적 위험 가장 큰 지역은 기니灣…소말리아·말라카 안정세"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소말리아 해역이나 말라카해협은 해적에 대한 경계활동이 강화됐고 관련국들의 순찰 강화 등에 힘입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선원 인질 사건이 갑자기 늘어난 기니만(灣)입니다."
국제해사국(IMB) 해적신고센터(PRC·Piracy Reporting Centre)의 노엘 충 센터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세계 해적 활동 동향을 이렇게 정리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 메나라디온 빌딩 36층에 있는 PRC 집무실에서 이달 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그는 "기니만의 상황 악화가 세계 각국 해사기관과 해운회사들에 제대로 전파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충 센터장이 이끄는 PRC는 국제상공회의소(ICC)가 1981년 해적들의 온상인 말라카해협 등 동남아 해역의 해상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극동사무소에 세운 조직으로, ICC의 하부조직인 IMB 산하에 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으로 알려진 충 센터장은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기자는 인터뷰 약속을 잡은 후 사전 준비를 하면서 그에 관한 내용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으나, 기사에 포함된 코멘트에 이름이 등장하는 정도일 뿐 그의 신상이나 경력에 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충 센터장은 인터뷰 과정에서 기자가 녹음을 하거나 보도용 사진을 찍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해적들이나 정보원 등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상 안전 위협 상황이 생겼을 때 이들을 만나 효율적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라도 신상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해를 구했다.
다음은 충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 기니만이 해상납치 일번지로 급부상했다고 했는데.
▲ ICC의 2018년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해상에서 보고된 6건의 선원 피랍사건이 모두 이곳에서 발생했다. 또 6건 모두 독립적으로 일어난 '개별 사건'이다. 기니만이 '새로운 해적 소굴'로 등장했다고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소말리아나 말라카해협의 안전 환경이 개선되어 가는데, 오히려 적도 기니만은 해상납치 사건 빈발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편집자주: 올해 3월 26일 마린 711호 피랍사건이 발생한 가나 해역도 기니만에 속한다. 마린 711호의 선장, 항해사, 기관장 등 한국인 3명은 해적 9명에게 납치돼 인질로 잡혔다가 32일만에 풀려났다.]
-- 그동안 해적 활동으로 악명이 높았던 곳은 소말리아와 말라카해협 아니었나.
▲ 소말리아 해역은 해적 소굴로 워낙 널리 알려져 있어 오래 전부터 각국 해운회사나 선원들이 안전 대책을 강화해왔다. 이곳에서는 상선들에 총기 휴대를 허용하는 등 안전 조치가 강화되면서 이미 해적 위협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말라카해협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관련국들의 해상 순찰이 크게 늘어나면서 해적들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다.
말라카해협이 동남아 해적들의 소굴로 인식된 것은 아시아 외환 위기를 전후한 인도네시아의 궁핍한 경제와 정정 불안 탓에 해적들이 활개를 쳤기 때문이다.
기니만의 해상 위험 고조는 나이지리아의 정치 및 치안 상황과도 관련돼 있다. 북부나 남부 지역 반정부 무장단체들의 활동도 영향을 미쳤다. 또 기니만에서는 소말리아 해역과 달리 항해 선박의 무장이 금지돼 있다. 이런 요인들이 해적 준동으로 이어진다.
-- 필리핀 술루 해역을 두번째로 위험한 곳으로 꼽았는데.
▲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필리핀 반군 아부사야프가 말레이시아-필리핀 해역에서 선박 납치를 시도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났다. 이곳이나 기니만을 항해하는 선박들에 최근 달라진 위험 국면을 널리 알려달라.
또 걱정되는 점은 기니만이나 술루 등지에서 일어난 진짜 사고 발생 수가 IMB 신고센터에 보고된 것보다 상당히 많을 것으로 여겨지는 점이다.
-- 말라카해협과 소말리아 해역, 아덴만 등지의 위험은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했나.
▲ 소말리아 해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았던 터라 최근 순찰이 강화됐고, 말라카해협은 수년 전부터 인도네시아 등 연안국가들의 해군력 증강으로 해적 행위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말레이시아는 "우리 해역이다"라며 한국의 군함도 못 들어오게 막고 있다.
-- 소말리아처럼 기니만이나 말라카해협에서도 제한적으로라도 무장을 허용하면 해적행위가 줄어들 수 있지 않나.
▲ 인도에서 상선에 무장을 배치했다가 어부들과 통행 문제로 시비가 붙어 사살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이런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지난 3월 기니만 해적사건 때는 승선원 중 한국인 선원 3명만 스피드보트로 따로 납치됐다. 과거 아덴만 작전 등의 영향으로 한국 정부나 한국인에 대한 반감이 생긴 탓으로 볼 수 있나.
▲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해적 중에 아덴만 사건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질 중 누가 돈이 않아보이고, 어느 나라가 석방금을 많이 낼 수 있는지 등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니만은 말라카해협 만큼 유속이 느리지 않지만 워낙 광대한 지역이어서 순찰 효과를 낼 수 없는 데다 인근 국가들의 해군력이 동남아 국가(말라카해협 연안국)들에 비해 훨씬 처진다.
-- 사건 해결을 위한 정보원 활용 절차는 어떠한지.
▲ 선박 실종 신고를 접하면 곳곳에 전파하고 수색을 요청하면서 우리 정보원들도 활용하는 양동작전이다. 때로는 정보원이 먼저 연락해오는 경우도 있다. 한 정보원이 전화로 "인도양에 실종 선박이 있다"는 식으로 알려 주면 근접 지역의 해양경찰이 출동해 해적들을 체포한다.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가 대가를 지불하는 식이다. 정보원 활용에 대한 비판 의견도 있지만,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해상안전 극대화 및 인명 손실의 극소화다. 다만, 해적들과 직접 소통하거나 타협하지는 않는다.
duckhw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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