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스웨트닉이라는 여성…"고교 시절 약 먹이고 집단 성폭행 가담"
민주당, FBI 조사 촉구 등 파문 확산…트럼프 "청문회 지켜볼 것"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과 관련한 의회 청문회를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세 번째 여성이 등장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즉각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제기된 의혹이 그가 고교 시절 여학생들에게 약까지 먹이고 집단 성폭행을 하는 데 가담했다는 내용이어서 인준을 둘러싼 파문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줄리 스웨트닉이라는 여성은 이날 변호사 마이클 아베나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고교시절이던 1980년대 초 집단성폭행을 당했으며, 이 현장에 캐버노 지명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베나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상대 여성인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를 변호했던 인물이다.
메릴랜드주의 게이더스버그 고교에 다녔던 스웨트닉은 당시 캐버노 지명자도 있었던 파티에 10번 이상 참가했으며, 캐버노 지명자가 "과도하게 술에 취해 여자애들의 '노(No)'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도하게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등 매우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스웨트닉은 당시 자신도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약을 탄 술을 먹게 해 항거 불능 상태가 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능력 상태의 소녀들을 성폭행하려고 남학생들이 화장실 옆에 줄 서 있던 현장을 묘사했다.
그는 "1982년 무렵, 나는 이런 '집단' 또는 '무리' 강간의 피해자 중 한 명이 됐다"며 "그곳에는 마크 저지(캐버노의 친구)와 브렛 캐버노가 있었다"고 말했다.
스웨트닉은 캐버노가 "동의도 구하지 않고 여자아이들과 밀착해 옷을 벗겨 은밀한 신체 부위를 노출시키는 등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데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스웨트닉은 "그 일이 일어나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나를 강간하려는 남자들과 싸울 수 없었다"며 "내가 마신 음료에 퀘일루드(진정제)나 그 비슷한 약품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누가 자신을 성폭행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캐버노 지명자가 당시 남학생 무리들 사이에 있었지만 그가 직접 누군가를 성폭행했다고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팰로앨토 대학교수인 크리스틴 포드가 1980년대 고교 시절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었다고 폭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포드 교수와 캐버노 지명자는 27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이에 관해 증언할 예정이다.
여기에 데버라 라미레스라는 여성 역시 1980년대 예일대 재학 시절 한 파티에서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조사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보도한 바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그동안 캐버노 지명자를 엄호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한 발 빼는 듯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행 증거를 찾아낸다면 그의 지명을 철회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뉴욕 유엔총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버노 지명자에 관한 질문에 "제기된 의혹들은 내게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면서도 법사위 청문회를 지켜보고 나서 지명에 대한 결정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포드 교수)가 뭐라고 하는지, 캐버노 판사가 뭐라고 할지 고대한다"며 "미국 역사에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캐버노 지명자도 즉각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연이은 성 추문으로 캐버노 지명자의 의회 인준을 받기는 더욱 위태로워진 형국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캐버노 지명자의 스캔들은 미 정계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는 캐버노 지명자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상원의 인준 투표 전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요구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 10명 전원도 FBI의 조사를 촉구했다.
해당 사건의 발생지인 메릴랜드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주(州) 의원 11명이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서장에게 서한을 보내 캐버노 지명자를 둘러싼 성폭행 의혹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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