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차례 '日과 대화용의' 발언에도 北 자세 변화 안 보여"
日도 '비핵화 구체방안 없는 대화' 부담…"2차 북미정상회담이 관건"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본과도 적절한 시기에 대화하고 관계개선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자 진의를 파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당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해 준 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뒤 "김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하며 앞으로 3년간 총리직이 보장된 만큼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던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에 이어 이날 뉴욕 기자회견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희망 의사를 재차 표명한 것도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런 메시지에 '진심'이 담긴 것인지, 아니면 끊임없이 정상회담 의지를 밝히는 아베 총리에 대한 단순한 립서비스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이나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도 김 위원장은 '일본과의 대화'나 '아베 총리와 만날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북한은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을 지난 7월 베트남에 극비리에 파견해 북한 측과 접촉하도록 하는 등 수면하에서 북한과 조율해 왔지만 북한은 "납치문제는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의 사실상 전제조건으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 회담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김 위원장이 말한 '적절한 시기'가 언제냐는 질문에 "내일일지도 모르고 수년 후일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본 정부로서는 국내 여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정권의 지지기반인 극우세력은 여전히 남북, 북미 간 평화 무드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일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이들 극우세력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의사를 밝히는 상황에서도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만난다면 북한의 비핵화, 납치문제 해결로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 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을 주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차 북미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면 일본으로서도 북일회담을 여는데 대한 부담이 줄고, 북한 입장에서도 핵 폐기 비용 및 경제지원 등을 겨냥해 일본과의 직접 대화로 눈을 돌릴 차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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