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진통 등 효과가 있는 대마(마리화나) 오일을 제조한 20대 남성에게 사형이 선고돼 논란이 일자 말레이시아가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검토하고 있다.
27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각료회의에서 대마의 의약적 가치를 논의한 데 이어 관련법 개정을 위한 비공식적 논의를 시작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법원은 대마에서 기름을 추출해 암과 백혈병 등을 앓는 환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현지인 남성 무함맛 루크만 모하맛(29)에게 지난달 30일 교수형을 선고했다.
다른 동남아 국가 상당 수와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는 마약 관련 범죄를 엄격히 처벌하며, 비교적 중독성이 덜한 편인 대마도 코카인 등 다른 마약류와 마찬가지로 다룬다.
그러나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대마 추출물에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현지에선 무함맛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돼 왔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나 해당 판결과 관련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이비어 자야쿠마르 말레이시아 물·토지·천연자원부 장관은 정부 각료들이 무함맛에게 사형을 내려선 안 된다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용 대마 합법화와 관련해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의약적 가치가 있다면 보건부 통제하에 처방을 받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면 아시아권에선 첫 사례가 된다.
이웃 태국에서는 공공보건부 산하 국영 제약사의 주도로 이미 합법화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일각에선 의료용 대마 합법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대마의 의약적 가치에 회의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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