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산책] '우승 도우미' 최차호 관장 "근육보다 몸 균형이 먼저"

입력 2018-09-28 05:05  

[권훈의 골프산책] '우승 도우미' 최차호 관장 "근육보다 몸 균형이 먼저"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둬 새로운 스타로 등장한 김아림(23)은 우승 인터뷰에서 트레이너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우승한 프로 골프 선수가 후원사, 부모, 스윙 코치, 캐디 등에게 공을 돌리는 일은 예사지만 트레이너에게 감사를 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김아림이 공식 우승 회견에서 우승을 이끈 인물로 콕 집어 언급한 트레이너는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 'CH 캐롤리나휘트니스'를 운영하는 최차호(48) 관장이다.
최 관장은 프로 골프 선수들 사이에는 '우승을 만들어주는 트레이너'로 이미 명성이 높다. 최 관장은 'CH 캐롤리나휘트니스'에 따로 '최차호 골프 클리닉'을 두고 프로 골프 선수 10여 명의 체력을 관리하고 있고 김아림도 작년부터 이곳에서 최 관장의 지도를 받고 있다.
최 관장은 그러나 단순히 선수들 근육을 단련하고 체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지도하는 트레이너가 아니다.
최 관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근육을 만드는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몸의 균형을 찾는 게 먼저다. 균형이 깨진 몸으로는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올 수 없다. 김아림은 좌우 균형이 틀어진 상태였다. 이걸 바로 잡고 나니 근력 운동도 효과가 나타났고 샷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기본 골격은 먼저 바로 세우고 그걸 받치는 근육을 만드는 게 순서"라는 그는 "무턱대고 운동만 한다고 해서 장타를 치고 좋은 스윙을 할 수 있는 몸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 관장은 골격이 틀어진 상태로는 절대 좋은 스윙이 나올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어릴 때부터 많은 연습량으로 체형이 틀어진 사실을 모르거나, 무시한 채로 스윙 연습에만 매달리면 선수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부진의 원인을 잘못된 스윙으로 여기는 프로 골프 선수가 많다. 하지만 균형이 깨진 체형으로 스윙 연습에 매달리면 스윙이 좋아질 수가 없다. 또 체형이 맞지 않은 스윙을 무리하게 계속하면 몸이 빨리 망가지기 마련이다."
최 관장은 23년째 골프 선수의 몸을 다루고 있다. 허석호(45)가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15년 동안 이렇다 할 부상 한번 없이 8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최차호 관장이 몸을 관리해준 덕이다.
지금은 여자 시니어 투어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정일미(46), 2005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현 국가대표 코치 김주연(37), 한국프로골프(KGT) 코리안투어의 중흥을 이끈 김경태(32) 등도 최 관장의 관리를 받았다. 일본 여자프로골프투어를 석권한 이보미(30)도 최 관장의 지도를 받는다.
김아림과 인연도 작년부터 레슨 프로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허석호의 소개로 시작됐다. 김아림은 허석호에게 스윙을 배우고 있었다.
"작년 10월에 허석호가 몸 상태를 봐달라고 보냈다. 그런데 좌우 균형이 깨진 상태였다. 이걸 바로 잡는데 두 달이 걸렸다"
김아림은 다른 선수는 다 가는 겨울 전지훈련 대신 최 관장의 지도 아래 체육관에서 땀을 흘렸다. 먼저 흐트러진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았고 그다음에는 근육을 만들었다.
효과는 금세 나타나지는 않았다. 최 관장은 시즌 중 대회 때도 운동을 시켰다. 김아림은 대회 1, 2라운드는 물론 최종일에도 최 관장이 짜준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다른 선수들이 지쳐가는 혹서기가 지나면서 김아림이 흘린 땀은 열매를 맺었다.
김아림은 "여름이 되면 체력이 떨어져 클럽 샤프트 강도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는 샤프트 강도를 더 높였다"고 말했다. 원래 장타자이던 김아림의 샷은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날았다.
최 관장은 "좌우로 흩어지는 장타는 장타가 아니다. 이론상 힘이 세지면 샷이 좌우로 흩어지는 폭도 더 커진다. 그러니 웨이트 트레이닝이 다가 아니다"라면서 "제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정확도를 높여주고 절대 쇼트게임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게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최 관장은 20년이 넘도록 현장에서 프로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며 쌓은 자신의 노하우에 강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어떤 선수를 데려와도 문제점이 뭔지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만들어줄 수 있다. 처음엔 다 의심한다. 하지만 제가 시킨 걸 해보고 나서는 받아들이지 않은 선수는 없었다. 드라이버샷 비거리 20m 늘고, 아이언은 한 클럽 이상 거리가 는다. 샷은 전보다 더 똑바로 간다."
"작년부터 지도하고 있는 김혜선을 지켜보라"는 최 관장은 "내가 맡기 전에는 다소 허약한 체형이었지만 지금은 장타를 펑펑 날린다. 조만간 결실이 기대된다"고 장담했다. 김혜선도 김아림처럼 최근에 클럽 샤프트 강도를 높였다. 그만큼 체력이 강해졌다는 얘기다.
몸에 맞는 스윙을 강조하다 보니 최 관장은 프로 선수의 스윙이나 어드레스 자세까지도 손을 댄다.
스윙 코치나 퍼트 코치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셈이다. 심지어 멘탈 코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선수에게 클럽을 피팅해주는 클럽 회사 전문 피터의 반대에도 클럽 샤프트 교체를 밀어붙이기도 한다.
최 관장은 이런 부분에서는 말을 아꼈다. 조심스럽다고 했다.
"일하면서 바라는 건 딱 하나다. 선수가 골프를 해서 선수와 선수 가족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수가 '골프를 만나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게 하고 싶다"
사진 공개조차 "때가 아니다"라며 사양한 최차호 관장은 또 "한국 남녀 프로 골프 투어가 발전하고 인기가 높아지는 데 일조하고 싶다"면서 "한국의 골프 전문 트레이닝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꿈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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