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무웅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회 이사장 방북 후일담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시민들 앞에서, 대군중 앞에서 짤막하게 소박한 언어로 얘기했지만, 그 사람들을 설득한 힘은 무슨 논리나 이런 데서 나왔다기보다는 정말로 그 진정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말과 행동이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고 있구나' 하는 게 몸에서 몸으로 전달된 것 같아요."
평양 남북정상회담(18∼20일)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함께한 염무웅(76)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문학평론가)은 27일 연합뉴스에 방북 후일담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굉장히 빡빡한 일정에도 성심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6·25 피란민 아들이잖나. 거제도에서 태어났으니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부모님 세대가 겪은 그 고통이 얼마나 처절한지 몸으로 체감한 분 같았다. 나는 아홉살 때 6·25를 겪었는데도 보통 잊어버리고 사는데, 문 대통령은 그런 비극이 다시 있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평화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고,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전해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기득권을 지닌 사람들, 분단 체제와 남북 대치에서 덕을 봐온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남북 화해를 싫어하겠지만, 대부분의 남북한 주민들은 이렇게 되는 게 고맙고 감격스러울 텐데 나도 그렇게 느꼈다.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을 보며 그런 걸 같이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05년 7월 평양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에 참석한 바 있어 이번 방북이 13년 만이다.
그는 "평양 시내 모습은 13년 전보다 훨씬 거리 풍광도 밝아지고 고층건물도 많이 들어섰다. 시민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도 활기 넘치고 특히 여성들 옷차림 이런 것은 상당히 세련됐다. 옛날엔 대부분 한복 차림이고 색깔도 우중충해서 남한의 1960∼70년대 같은 느낌을 줬는데, 21세기가 북한에도 도래한 것 같다"고 변화상을 전했다.
또 "개인적으로 먹고 보고 느낀 것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가 관심사인데,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북한과는 다른 나라를 지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 북한은 폐쇄적이고, 흔히 왕조 사회라고 하지 않았나. 아직도 그런 요소가 절대적으로 많이 남아있지만, 확실히 변화를 시작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남한 사회도 자유로운 사회지만 동시에 자유의 대가랄까, 부작용이 엄청나지 않나. 경쟁이라든가 양극화가 너무 심하고 실업·비정규직 등 문제점이 많지 않나. 그걸 뒤집으면 북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유가 없는 대신에 비교적 고르게 사니까. 그런데 이제 자본이 들어오고 발전이 이뤄지고 남한식이 북으로 가면 북이 어떻게 변할지, 한편으로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되는 양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북에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나 문화 교류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관해서는 "이번에는 정상회담이 주였기 때문에 부문별 접촉을 할 여유가 없었다. 정상회담 결과가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앞으로 자주 왔다 갔다 교류하며 부문별 교류, 협력을 진전시키면 되는 거니까 급할 것 없다. 총론을 쓴 것이고 각론은 이제부터 써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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