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수미네 반찬', 한사람이라도 더 먹이고픈 마음"

입력 2018-09-30 07:00  

김수미 "'수미네 반찬', 한사람이라도 더 먹이고픈 마음"
"엄마 그리며 모은 레시피 산적…힘닿는 데까지 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오늘도 새벽 두 시에 일어났어. 피곤하지. 당연히 피곤한데 침대에서 시름시름 앓다가도 부엌에만 가면, 재래시장에만 가면 힘이 펄펄 난다니까."
끊임없이 들어오는 작품도 마다하고 tvN 예능 '수미네 반찬'에 '올인'하며 연예계 소문난 집밥 실력을 발휘 중인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68)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찰진' 욕을 구사하는 모습이 익숙한 김수미는 '수미네 반찬'에서만큼은 엄마 모습 그 자체다. 실제로 그는 요리할 때마다 일찍 먼저 보낸 어머니를 그린다고 했다.
"내게 가장 행복한 추억이 연기대상 타고, 다이아몬드 샀던 게 아니라 어릴 적 시골집 평상에서 감나무, 꽃, 장독대 보면서 엄마가 해준 밥 먹었던 거예요. 밥 먹는 시간이 제일 행복했어요. 부엌에서 들리던 도마질 소리, 강된장 끓는 냄새….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엄마 음식이 늘 같이 생각났죠. 그래서 그 요리를 따라 하다 보니 이렇게 판이 커졌어. (웃음)"
그는 "어릴 적 고무줄놀이 하면서 곁눈질로 본 엄마 요리를 따라 하다 보면 그 촉과 맛이 딱 되살아난다"며 "그렇게 맛있게 되니까 한 사람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자꾸 퍼주게 되지만 한계가 있는데, '수미네 반찬'을 하면서 그 꿈을 이뤘다. 많은 사람이 따라 하니 성취감이 크다"고 말했다.


할머니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정량화한 레시피 없이 "간장 요만치, 참기름 휙휙" 하면서 요리하는 모습에 주부는 물론 남녀노소가 '수미네 반찬'을 통해 요리에 친숙해진다. 특히 갈비찜, 잡채, 모둠전 등 명절 요리 레시피를 '대방출'한 추석특집은 시청률 6%(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넘기며 사랑받기도 했다.
김수미는 "전을 몇 시간 부치고 있자니 허리가 너무 아프기에 시청자들한테 '그냥 사 먹으시라'고 했다"며 "사실 나도 가끔 반찬집에 가서 사 먹는데 '수미네 반찬' 하고 나서는 아무래도 못 가겠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요리는 스트레스받으면서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얼핏 보면 레시피 전수가 끝인 것 같지만 '수미네 반찬'은 손이 많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일단 매주 메뉴 선정부터가 김수미 몫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계절을 따져 메뉴를 정한다"며 "제철 식재료를 주로 고르고, 재료가 너무 비싼 것은 하지 않는다. 주부들이 저녁마다 반찬 스트레스를 받는데 메뉴를 알려주니 우리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뉴 고민에, 장보기에, 셰프들과 레시피 공유까지 체력이 바닥날 법도 한데 그는 최소한 올해는 '수미네 반찬'에만 몰두하겠다고 했다.
"내가 이렇게 배우 생활을 오래 했어도 '연기 오래 볼 수 있게 건강해달라'는 말을 별로 들은 적이 없는데 '수미네 반찬' 하면서는 '건강하게 오랫동안 프로그램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너무 고맙죠. 힘닿는 데까지 '수미네 반찬 해줄 거예요. '선생님, 갈비찜 성공해서 식구들과 행복하게 먹었어요' 소리 듣는 게 그렇게 좋더라."
처음부터 김수미 외에는 섭외할 주인공이 떠오르지 않았다는 문태주 PD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김수미의 열정에 다시 한번 놀랐다고 거들었다.
그는 "댁에 가면 항상 뭔가 하고 계신다. 시장에 가서도 항상 전화를 주신다. 심지어 녹화할 때도 반찬을 싸 오셔서 나눠주신다. 이렇게 엄마 생각이 나게 해주시니 프로그램도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수미는 "언젠가부터 반찬이 조연으로 밀려났는데 반찬이 주인공이라 하니, 그 기획안이 참 맘에 들었다"고 문 PD와 '쿵짝 호흡'을 자랑했다.


문 PD는 김수미가 어머니를 그리며 만들어놓은 레시피 책이 조만간 정식 도서로도 발간될 예정인데, 책으로까지 만들 수 있을 만큼 방대한 양이기에 프로그램이 갈 길도 멀다고 강조했다. 최근 호평받은 일본 특집에 이어 다른 나라 교포들을 만나기 위한 기획도 구상 중이다.
"외국 교포들에게 집반찬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는 기획은 첫방송 전부터 생각했어요. 선생님도 계속 '나가야 한다'고 하셨죠. 일본 특집 덕분에 교포들에게도 '수미네 반찬'을 많이 알렸고, 이후에 시청률도 더 오른 것 같아요."(문 PD)
"꼬박 나흘 동안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병이 다 났는데도, 막 퍼주게 되더라고요. 외국 가서 모든 게 안 맞고 서러운데 엄마가 해준 음식 입에 넣으니 치유된다고들 했어요, 정말로. 그 말에 모든 피곤이 다 풀렸어."(김수미)


김수미는 마지막으로 함께 고생해주는 셰프 3인방과 '수미어(語) 해설사' 장동민에게도 애정을 표현했다.
"여경래 셰프는 아무래도 구력이 있으니 집밥도 제일 잘하죠. 미카엘은 문화가 다른데도 열심히 하려고 따라 하는 거 보면 너무 예쁘고요. 최현석 셰프는 음식도 잘하지만, 무엇보다 방송을 잘 아는, 애교쟁이예요. 그런데 제일 자리 잡은 건 동민 씨야. 제일 재밌어. (웃음)"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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