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방콕=연합뉴스) 이광철 김상훈 특파원 =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로힝야족 학살 책임자로 지목한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등을 국제법정에 세우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인권이사회는 27일(현지시간)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저지른 학살과 잔혹행위 등을 조사하고 처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패널 구성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전체 47개 이사국 가운데 35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중국과 필리핀, 부룬디 등 3개국이 반대했다. 나머지 7개 국가는 기권했다.
인권이사회는 표결 직후 "2011년 이후 미얀마에서 국제법을 위반하고 저지른 심각한 범죄 증거를 분석, 수집하기 위한 독립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의안을 주도한 유럽연합(EU)과 이슬람협력기구(OIC) 측은 이번 결의안에 100개국 이상이 지지를 보냈다면서 새로 구성하는 패널이 대량학살 책임자들을 국제형사법정에 세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의안이 유엔총회 최종승인을 받으면 로힝야 반군 토벌을 빌미로 자행한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에 대한 처벌 시도가 수개월 안에 시작될 전망이다.
또 미얀마군이 자행한 대량학살과 전쟁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는데 유엔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날 인권이사회의 결정을 환영했다.
티라나 하싼 국제앰네스티 위기 대응국장은 "결의안 채택은 미얀마군이 저지른 범죄행위가 반드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초 모에 툰 제네바 주재 미얀마 대사는 "결의안은 명확한 근거가 없고 일방적이며, 미얀마를 분열시키는 유엔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결의안에 담긴 거슬리는 표현과 요구는 라카인주 문제에 관한 항구적 해결책을 찾는데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이사회 결의로 출범한 미얀마 로힝야족 대량학살 진상조사단은 최근 이사회에 제출한 최종보고서에서 미얀마군에 희생된 로힝야족이 1만여 명에 이른다며 최고사령관 등 6명을 국제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진상조사단이 대량학살 책임자로 지목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유엔이 내정을 간섭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도 중심의 미얀마에서 정식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차별과 박해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특히 2012년 라카인주에서 불교도와 모슬렘 간의 대규모 유혈충돌이 벌어진 이후에는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가 더 심해졌다.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이처럼 박해받는 동족을 위해 싸우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해 8월 라카인주 국경지대에 있는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했다.
미얀마군과 정부는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군과 경찰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고 70만 명에 이르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이웃 방글라데시로 피란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 등 잔혹 행위를 일삼으면서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얀마군은 물론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도 난민들의 주장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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