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버노 '성폭행 미수' 의혹 청문회서 진실공방…인준 변수 되나

입력 2018-09-28 07:48   수정 2018-09-28 08:06

캐버노 '성폭행 미수' 의혹 청문회서 진실공방…인준 변수 되나
포드 "소년들의 웃음소리 잊을 수 없어" vs 캐버노 "결백하다" 사퇴불가 고수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100% 캐버노가 확실하다" vs "누구한테도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의 27일(현지시간) 청문회에서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캐버노 지명자와 피해여성이 각각 시간차를 두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캐버노 지명자는 현재 5건의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인준을 앞두고 낙마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탄 두 사람의 상반된 '진술'로 진실게임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번 파문이 인준의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



크리스틴 포드는 이날 청문회에서 30여 년 전인 80년대 초반 겪었다는 '끔찍한 경험'과 그로 인해 평생 겪어온 '심적 후유증'에 대해 육성으로 증언했다.
앞서 포드는 지난 16일 워싱턴포스트(WP)인터뷰를 통해 침묵을 깨고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며 이 사건에 대한 공론화에 나선 바 있다.
고교 시절인 1980년대 초반의 어느 여름날,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집에서 열린 고교생 모임에서 비틀거릴 정도로 취한 캐버노가 그의 친구와 함께 자신을 침실에 가둔 뒤, 친구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포드의 폭로는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포드가 준비해온 원고를 읽어내려가는 사이 중간중간 목소리가 잠겼다. 그녀는 대체로 차분하게 낮은 톤으로 답변을 이어갔으나 간간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포드는 캐버노 지명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헷갈렸을 가능성에 대해 "(가해자가 캐버노라는 걸) 100% 확신한다"며 당시 상황과 관련해 가장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기억은 캐버노와 저지가 서로 낄낄거리던 '웃음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캐버노의 성폭력이 인생을 철저하게 바꿔놨다"며 불안과 포비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포드는 청문회를 시작하면서 긴장한 듯 "카페인이 필요하다"고 커피를 찾기도 했다.
그는 실제 강간을 당한 건 아니니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지내자고 수없이 자기암시를 하며 살아왔지만 캐버노의 대법관 지명이 거의 확실해지는 순간부터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지를 놓고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포드는 자신의 '폭로'를 놓고 정치적 공세라는 공화당 등의 주장에 대해 이번 사건에 대한 공개 결정이 정치적 동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시민적 의무라고 믿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회 후 재개된 청문회에는 포드는 퇴장한 가운데 캐버노 지명자가 증인으로 등장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나는 그녀(포드)에게도 다른 어떤 누구에게도 그와 같은 일을 한 적이 없다. 나는 결백하다"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자신에 대한 '무고'가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명성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그리고 짓밟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가끔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시기도 하지만,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신 적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청문회 내내 격앙된 어조로 발언을 이어갔으며, 중간중간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듯 울먹였다. 미국 언론들은 "화난 캐버노, 혐의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나에 대한 인준 청문회가 '국가적 수치'가 됐다"며 조언과 추인의 장이어야 할 청문회가 신상털이와 죽이기의 장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인준 투표로 날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파문이 자칫 11월 중간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을 자극,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공화당 인사들도 대체로 말을 아끼며 신중모드를 이어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그동안 정치에서 봐온 것 가운데 가장 비열한 짓"이라며 "민주당은 캐버노의 인생을 파괴했으며, 차기 대선 승리를 염두에 두고 대법관 자리를 공석으로 계속 비워두기 위해 비도덕적인 책략을 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청문회와 관련, 보수적 매체인 폭스뉴스도 "공화당에는 참사"라고 보도했다. 폭스뉴스 진행자는 포드에 대해 "그녀가 더 주저주저하면서 연약해 보이는 모습을 보일수록 시청자들에게는 더 신뢰를 주며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박탈' 모의 의혹이 제기된 뒤 사의를 표명했던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거취 문제와 관련, 로즌스타인 부장관과 이날 면담할 예정이었으나 청문회에 집중하기 위해 면담 일정을 내주로 연기했다.
이번 주 유엔총회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평소 애청하는 폭스뉴스 채널을 통해 청문회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법사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인준 표결을 실시한다. 이날 표결을 통과하더라도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본회의 인준을 완전히 장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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