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신체 접촉 없이 동급생이 여학생을 추행하는 것을 지켜본 것도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30일 대구고법 등에 따르면 지역 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A군은 지난해 같은 반 B군이 화장실에서 여학생을 추행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추행 사실은 곧 학교에 알려졌고,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추행한 B군을 학교폭력예방법 등에 따라 전학 조치했다.
추행을 지켜본 A군은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피해 학생 접촉·보복·협박 금지, 학급교체, 보호자 특별교육 등 처분을 받았다.
A군은 이에 따라 학급이 교체됐고, 서면 사과문 제출과 특별교육도 마쳤다.
이후 A군과 가족은 학교의 처분이 과하다며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학교장을 상대로 '학급교체 처분 등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A군 측은 "B군을 따라 화장실에 갔고 추행 장면을 보고 나오려고 했으나 B군이 제지해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막연한 두려움과 미숙한 판단으로 교사와 부모 등에게 사실을 알리지 못한 만큼 추행을 지켜본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지법 행정1부(한재봉 부장판사)는 "A군이 B군을 따라 피해 여학생이 있는 칸으로 따라 들어가 추행하는 장면을 지켜본 것은 B군이 행사한 학교폭력에 '가담'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학생이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추행을 당했고 그 장면을 A군이 지켜봐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A군의 행동은 학교폭력예방법에 정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장이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 상당한 범위 안에서 재량권이 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학교장이 내린 처분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 한계를 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군 가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대구고법 행정1부(정용달 부장판사)도 최근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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