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삼지연 숲에서 1년생 어린 가문비나무 하나를 뽑아서 수첩에 넣어왔어요. 손가락 크기만 한데 씨앗이 떨어져 자란 녀석이지요. 이거 밀반입으로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파트 화분에서 아직 뾰족한 잎들이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새싹을 거목으로 키우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18∼20)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다녀온 안도현(57) 시인은 28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후일담을 이렇게 전했다.
유명 시인답게 북에서 본 나무들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평양에는 우리처럼 벚나무를 가로수로 심지 않아요. 가로수로 많이 눈에 띄는 나무는 살구나무, 버드나무, 메타세쿼이아 같은 나무들이었어요."
"2005년 남북작가대회(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 때 백두산을 올랐을 때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어요. 8월이었거든요. 이번에는 진귀한 꽃들이 다 져버려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씨앗이 맺힌 걸 담아왔습니다만…"
그는 이번 평양 방문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 행렬을 꼽았다.
"그동안 몇 차례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만 연도에 시민들이 나와서 남쪽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북쪽을 의심하는 이들은 북측의 의도된 '군중동원'이라고 폄하할지 몰라도 내 눈에는 환영의 자발성도 적잖게 엿보였습니다. 길가뿐만 아니라 건물의 창마다 사람들이 나와서 손을 흔드는 모습도 보였거든요."
이번 방북에서 부문별 대화, 교류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북쪽은 최고지도자 1인에게 모든 게 집중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이니 남쪽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수행원으로 방북한 분들이 북쪽과 부문별 협의나 대화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저의 경우 2008년 봄에 평양으로 보낸 남쪽의 어린 사과나무 3만주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꼭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그 사과나무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사진이라도 한 장 구하고 싶었으나 결국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준비하는 과정에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에 온다면 우리는 그에게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나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과시 위주의 보여주기 말고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따뜻한 동포애를 느낄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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