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군 철수와 미군과의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을 외쳤지만, 실상은 대미 국방 협력을 그대로 유지했고 내년에는 협력활동을 더 늘리기로 했다.
29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은 전날 군 고위급 회의를 열고 연례 군사훈련을 포함한 양국 간의 합동 안보 활동 횟수를 올해 261회에서 내년 281회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필리핀군 대변인인 노엘 데토야토 대령은 "카를리토 갈베즈 사령관과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이끄는 양국 대표단이 연례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의 합동 안보 활동은 대테러 분야는 물론 해양 안보와 인도적 구호활동을 망라한다"고 부연했다.
양국이 변함없이 유지해온 합동 군사 활동을 계속 늘리기로 한 것은 취임 후 군사적으로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약속과는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마약과의 유혈 전쟁'을 비판하는 미국을 겨냥해 합동 군사훈련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필리핀 남부지역에 파견된 미군 특수부대의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또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합동 순찰을 하지 않겠다거나, 미국의 군사원조도 받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 양국의 오랜 군사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는 관측을 낳았다.
반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의 국방 협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외형상 '반미친중' 노선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필리핀과 미국의 합동 군사훈련은 계속됐고 미군 주둔도 유지되고 있다. 현재 필리핀에는 150∼200명의 미군이 주둔하면서 이슬람 무장세력과 싸우는 필리핀군에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미국과 필리핀이 합동 군사활동을 강화하는 데 대해 중국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자오젠화(趙鑒華)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는 "그것은 필리핀과 미국 간의 문제"라며 "다만, 양국의 군사적 관계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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