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민영기업 보호' 원칙 천명 이후 관영매체도 '가세'
(서울·상하이=연합뉴스) 진병태 기자 차대운 특파원 = 중국에서 사영 경제의 바탕인 민영기업을 서서히 퇴장시키고 국영기업 역할을 늘린다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후야오방(胡耀邦·1915∼1989)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아들 후더핑(胡德平)이 이런 흐름을 경계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9일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 보도에 따르면 중앙통일전선부장을 지낸 후더핑은 지난 27일 '중국민상'(民商)이라는 잡지 10월호에 발표한 '공유 명목하의 새로운 공사합영 시도를 경계한다'라는 제하 글에서 '국진민퇴'를 촉발한 저명한 금융칼럼리스트 우샤오핑(吳小平)의 글을 비판했다.
그는 "설마 모든 소유제 경제의 발전이 오로지 공유경제 발전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런 흐름의 배경인 공산당내 보수파를 공격했다.
그는 또 "(사영경제 임무가) 공유제 경제 발전에 협조하는 것이라면 공유제경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우샤오핑의 글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샤오핑은 최근 인터넷에 '중국의 사영기업은 이미 공유경제의 발전을 위해 역할을 다했다. 이제는 서서히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후 중국에서는 실제로 이 같은 주장이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이 급속히 확산했다.
우샤오핑은 "사영경제의 임무는 공유경제의 획기적 발전에 협조하는 것이며 현재 이미 초보적으로 (임무를) 완성했다"면서 "사영경제가 더는 맹목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의 글이 나온 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의 추샤오핑(邱小平) 부부장이 최근 한 공개 포럼에서 민영기업의 '민주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면서 "직원들이 기업 관리에 공동 참여하고, 발전의 성과를 함께 누려야 한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후더핑은 추샤오핑의 '공유' 주장에 대해서도 "공유와 민주라는 기치를 내걸고 한솥밥(똑같이 대우), 철밥통을 만들자는 것이냐"며 "이런 식이면 국유기업과 다를 게 뭐냐"고 공박했다.
또 지난 26일자 '경제일보'가 국유자본의 민영기업 수혈을 지지하는 논조의 글을 실은 것에 대해서도 민영기업이 자금난을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국유기업의 자본을 수혈한 것을 두고 구조개혁의 성공사례라고 선전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민영기업을 압박해 공사합영의 길로 가는 것이 흐름이 되고 아무도 이를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매우 무서운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소장을 지낸 리양(李揚)은 "현재 민영기업들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국유기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국진민퇴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시했다.
중국초상은행의 수석경제학자인 딩안화(丁安華)는 "민영기업들이 개혁개방 40년 이래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대학 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인 야오양(姚洋)은 한 포럼에서 "국유기업 혼합소유제 개혁의 목적이 기업이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틈을 타 민영기업을 먹어치우는 것이라면 이는 개혁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중국의 뉴스포털 써우후(搜狐)는 정부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공급측면 구조개혁으로 대부분의 민영기업들이 위기상황에 빠졌고 증시는 침체상태라면서 일부 기업들이 사면초가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국유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민영기업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하면서 국진민퇴 논란 잠재우기에 나선 가운데 권위 있는 관영 매체들도 가세해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29일 '신화사 평론원' 명의 논평에서 "개혁개방 이후 역사를 돌이켜보면 적극적으로 각종 시장 주체의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우리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세계 2대 경제체로 발전할 수 있었다"면서 "공유제 경제와 비공유제 경제는 모두 사회주의 시장 경제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서로 보완적 관계"라고 강조했다.
앞서 시 주석은 27일 랴오닝성의 민영기업인 중왕(忠旺)그룹을 시찰하면서 "우리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공유제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겠지만 마찬가지로 조금의 동요도 없이 민영기업 및 비공유제 경제를 지지하고 보호할 것"이라면서 사회주의 공유 경제와 사영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켜 나간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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