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수사관·정신의학전문의·심리학자 등 참여 태스크포스서 마련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경찰청은 성폭력범죄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막고 피해자의 협조를 끌어내고자 '성폭력 피해자 표준 조사모델'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일선 수사관들이 성폭력범죄 피해자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태도를 보여 비판받는 일이 많아지자 올바른 면담·조사기법 마련에 착수했다.
조사모델 개발을 위해 일선 성폭력수사관, 정신의학 전문의, 심리학자, 성폭력상담소 관계자 등 17명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TF는 피해자 심층면접, 상담사 설문조사 결과, 피해자 진술조서, 성폭력범죄 피해자 특성에 관한 과학적 연구자료, 선진국의 성폭력범죄 수사 가이드라인을 분석하고, 현장 수사관과 외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조사모델을 마련했다.
조사모델은 피해 진술이 유일한 직접증거인 경우가 많은 성폭력범죄 특성상 신빙성 있는 진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당시 공포로 중요한 범행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자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비난을 우려해 바로 신고하지 못하고 오히려 전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피해자다움'에 배치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조사모델은 분석했다.
모델은 기억이 불완전하거나 태도가 소극적인 피해자와 먼저 신뢰관계(라포)를 형성하고, '∼에 대해 설명하세요'라는 식으로 개방형 질문을 주로 던져 피해자의 기억을 끌어내는 등 구체적이고 정확한 진술을 확보할 여러 기법을 제시했다.
아울러 사건 처리 미흡이나 수사관의 부적절한 언행 등 2차 피해 사례를 유형화해 각 사례에서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과 특성을 분석, 방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신고 출동부터 피해 조사까지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단계별 시나리오도 작성했다.
경찰은 12월21일까지 2개월간 전국 8개 경찰서에서 조사모델을 시범운용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 초 최종안을 마련, 전국에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표준조사 모델 개발을 계기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체계적 대응이 가능해져 경찰 수사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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