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재단 사무총장, 언론인터뷰에서 경고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벨재단의 라르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으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내년으로 연기한 스웨덴한림원에 대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권한을 영구적으로 박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림원이 섹스 추문을 바로잡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이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일이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돼서 한림원이 정당성을 다시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는 극단적인 조치를 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조치들 가운데 하나는 다른 기관에 노벨문학상 선정을 책임지도록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한림원은 지난 1901년부터 노벨문학상을 선정해왔다.
하지만 한림원은 지난해 11월 종신 위원 18명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자 '열아홉 번째 종신 위원'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해온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72세)에게서 과거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 18명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또 한림원이 아르노 파문에 대처하는 방안을 놓고 위원들 간에 의견이 맞서 6명의 위원이 사퇴 또는 활동을 중지하는 등 내홍을 겪으며 기능이 마비돼 지난 5월에는 급기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아르노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스톡홀름지방법원은 이달 초 한 여성에 대한 두 건의 성폭행 혐의와 관련한 재판에서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아르노를 구금하도록 결정했다.
이 결정은 재판부가 두 건의 성폭행 혐의 가운데 적어도 한 건에 대해선 유죄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 통신은 지적했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과 노벨재단은 앞서 한림원에 새로운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림원 측은 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한림원의 위원들이 이번 스캔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연기된 데 이어 내년에도 수상자를 선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한림원이 내년에는 수상자를 결정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모든 일이 조만간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처리되지 않으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매우 불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스웨덴의 작가와 배우, 언론인, 문화계 인사들은 '뉴 아카데미'를 만들어 기존의 노벨문학상을 대신할 '새로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기로 하고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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