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LG 트윈스 팬들에게는 가슴에 피멍이 들만한 경기였다.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즌 14차전은 힘없이 무너졌던 이전 맞대결과는 양상 자체가 달랐다.
두산은 선발로 좌완 이현호를 내세웠다. 이현호는 지난해 6월 10일 이후 476일 만에 선발 등판했다.
이현호가 흔들린 뒤에는 두산의 2017년 1차 지명 선수인 최원준, 그다음에는 윤수호가 이어 던졌다.
승리하려는 야심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투수진 운용이었다.
짜임새 있는 수비를 자랑하는 두산이 이날 경기에서만 실책 3개를 범한 것도 낯선 풍경이었다.
LG는 그런 두산을 상대로 5회초까지 7-1의 넉넉한 리드를 챙겼다.
LG가 이번만큼은 두산을 꺾고 지긋지긋한 연패 사슬을 끊는 듯 보였다. 모든 상황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그 6점 차의 리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LG 선발 김대현은 5회말 볼넷과 안타에 이어 최주환에게 우중월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곧바로 나온 유격수 오지환의 송구 실책은 타이밍이 그보다 나쁠 수 없었다.
이어 양의지의 우월 투런 홈런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스코어는 1점 차로 좁혀졌다.
LG는 5회말 2사 1, 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7회말 찾아온 고비를 넘지 못했다.
2사 1, 3루에서 오재원의 뜬공을 3루수 양석환이 파울 지역에서 잡아냈다면 그대로 이닝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석환은 공을 놓쳤고, 이어 오재원의 타구는 투수 진해수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면서 행운의 내야안타가 됐다.
진해수가 그대로 내버려 뒀다면 평범한 내야 땅볼이었다.
그렇게 판단 실수가 겹치며 스코어는 7-7 동점이 됐다.
8회말에는 1사 2루에서 마무리 정찬헌을 투입했지만 두산 박건우의 빗맞은 타구가 행운의 적시타가 되면서 두산은 결승점을 챙겼다.
돌아보면 LG에는 아쉬운 순간이 한두 개가 아니다.
7회초 1사 만루에서 정상호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직선타에 걸린 장면을 비롯해 9회초 1사 2, 3루에서 나온 정상호의 파울 홈런도 땅을 칠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그전에 LG가 자초한 패배였다.
LG는 두산이 이현호-최원준-윤수호를 투입했을 때 좀 더 많은 점수를 뽑았어야 했다.
이날 패배는 경기 초반의 숱한 기회를 헛되게 날려버린 대가였는지 모른다. LG는 이날 잔루만 18개를 남겼다.
LG는 이날 패배로 올 시즌 14전 전패를 포함해 두산전 1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가을야구' 확률도 희박해졌다.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는 3경기로 벌어졌다.
두산은 30일 선발로 이용찬을 내세운다. 10월 6일 마지막 맞대결에서 두산 선발이 누구인지는 미정이지만 이현호보다는 나을 가능성이 크다.
분명한 것은 LG에는 오늘 경기가 연패를 끊을 가장 좋은 기회였다는 사실이다.
과연 LG가 남은 2경기에서 연패를 끊을 수 있을지,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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