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운동 앞장선 美진보 진영 상징…'대선불출마'서 선회한듯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날 선 비판을 가해온 민주당의 '잠룡'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2020년에 있을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를 시사했다.
지난 3월 방송에 출연해 대선에 출마할 뜻이 없다고 말했던 것과 방향이 다른 데다, 훨씬 명확하고 구체화한 입장 표명이다.
29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홀리워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2020년 대선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틀 전 상원 법사위에서 열린 브렛 캐버노 대법관 후보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 관련 청문회를 언급하며 "청문회를 보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워싱턴으로 가서 망가진 정부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 이는 최고위층의 여성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래서 약속한다. 11월 6일(중간선거일) 이후에 대선 출마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우리가 이 나라를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워런 의원이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하고, 공개적인 확인이라고 NYT는 전했다.
올해 69세인 워런 의원은 저명한 법학자로,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출신이다.
파산법 분야 전문가로 소비자금융 보호 분야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월가 개혁을 위해 창설한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특별고문을 지내며 각종 금융개혁법 입안에도 관여했다.
그리고 2012년 선거에서 승리, 매사추세츠 주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이 됐다. 이후 그는 민주당 진보 진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클린턴 후보는 팀 케인(버지니아)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택했다.
워런 의원은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매섭게 비판해 여러 차례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종교·여성 차별적 발언이 나올 때마다 워런 의원은 "역겹다", "시끄럽고 끔찍하며 자극에 극도로 민감한 사기꾼"이라며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런 의원이 체로키와 델라웨어 인디언 혈통임을 내세운 점을 꼬집으면서 그를 '포카혼타스'라고 부르며 조롱해왔다.
그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경우 민주당 경선에서 '코리 부커(뉴저지),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커스틴 질리브랜드(뉴욕), 버니 샌더스(버몬트) 의원 등과 맞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로 지명될 경우, 오랜 불화를 이어오며 '천적' 관계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반목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의회전문지 '더힐'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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