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굴뚝 올라 네번째 건강 점검…"두 번째 겨울 맞으면 안 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323일째 고공농성 중인 천막 제조업체 파인텍 해고노동자들이 지난여름 사상 최악의 불볕더위를 겪으면서 건강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홍종원씨, 길벗 한의사회 오춘상 원장, 심리치유공간 '와락' 하효열 치유단장 등 의료진 3명은 30일 낮 농성장을 방문해 노동자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한 뒤 이같이 밝혔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파인텍 공장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에 공장 정상화 등 노조와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면서 지난해 11월 12일부터 75m 높이의 굴뚝에서 농성 중이다.
의료진은 이날 오전 11시께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굴뚝에 올랐다. 이들은 2시간여 동안 노동자들 건강 상태를 확인한 다음 오후 2시 30분께 지상으로 내려왔다.
의료진이 굴뚝 농성장에 올라가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의 건강을 체크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의사인 홍씨는 "10월에 올라갈 예정이었는데 건강 상태가 우려돼 급히 올라가게 됐다"면서 "다행히도 아주 심각한 문제는 없었지만, 유례없는 더위를 겪으면서 몸 상태가 계속 악화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력이 떨어진 상태고 체중도 많이 감소했는데, 단순 체중 감소가 아니라 근육량이 빠진 게 문제다. 위장장애로 음식도 잘 못 먹어서 기력 회복이 어렵다"며 "신체 검진과 채혈, 통증 및 위장장애 치료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의사인 오 원장은 "박 동지의 경우 영양 문제 등으로 피부질환이 새로 생겼다. 그 외에는 지난번처럼 침술 치료 등을 했다"면서 "두 사람이 많이 힘들어하면서도 잘 버티고 있지만, 지난번보다도 더 왜소해져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이승열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을 존중한다면 이렇게 투쟁하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관심 가져야 한다"면서 "이들이 굴뚝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지 않도록 파인텍 실소유주 김세권 대표가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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