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보기관, 푸틴 집권 지원 크게 후회"

입력 2018-10-01 10:58  

"영국 정보기관, 푸틴 집권 지원 크게 후회"
MI6 전 국장, 러시아 대선 수주 전 블레어, 푸틴과 오페라 시연에 참석 밝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집권을 도운 사실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MI6 전 책임자가 밝혔다.
1일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999∼2004년 MI6 국장을 지낸 리처드 디어러브 경(卿)은 2000년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정보기관의 요청으로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러시아 방문 요청을 수락한 사실을 밝혔다.
디어러브 전 국장은 당시 러시아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런던 주재 요원이 자신에게 접근, 블레어 총리의 러시아 방문이 성사되도록 MI6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KGB 요원은 블레어 영국 총리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말린스키극장에서 열리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오페라 '전쟁과 평화' 시연에 푸틴과 함께 참석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고 디어러브 전 국장은 밝혔다.



디어러브 전 국장은 클라이베든 문학페스티벌에서 당시 영국 당국이 블레어 총리의 초청 수락 여부를 장시간 논의한 결과 오페라 시연 참석초청이 '아주 이례적이고 특이한 케이스'라고 판단해 블레어 총리의 참석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 대선을 불과 수주 앞두고 블레어 총리가 오페라 시연에 푸틴과 함께 참석해 푸틴의 평판을 높여준 당시 결정에 대해 현재 MI6 내부에 커다란 후회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디어러브 전 국장은 영국이 한때 러시아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나 '작은 사건들이 누적돼 큰 사건으로 변모하면서' 어려운 관계로 변했다면서 러시아의 반푸틴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불인도와 체첸 지도자 아흐메드 자카예프의 런던 체류 허용, 리트비넨코의 독살 사건 등을 지적했다.
또 푸틴 정권의 실체가 더욱 명확해지면서 양국관계가 매우 어색하고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디어러브 전 국장은 지난 3월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스크리팔 독살 시도'를 러시아 정보계의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자신은 정보관리를 품위있는 직업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전직 KGB 요원이었던 푸틴 대통령을 '정보관리'로 지칭하길 주저한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스크리팔의 암살을 지시한 것은 러시아 개방 이후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심각하게 '침투'당해 문 잠그기에 나선 것을 의미한다면서 앞서 러시아가 서방 재계에 편입하면서 서방측이 러시아 유력 인사들과 접촉해 정보를 수집하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디어러브 전 국장은 이어 러시아가 기술을 이용해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을 수 있으나 대선 결과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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