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한국형발사체 개발, 8부 능선 넘었다」,「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이번달 25일 첫 시험대」,「25일 한국 발사체 날아오른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75t 엔진시험발사체 발사를 앞두고 보도된 기사 제목들이다. 25일로 예정된 시험발사를 앞두고 부정확하고 잘못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 쏟아져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정확하게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 '8부 능선'을 넘은 것도 아니고 25일 한국형발사체가 날아오르는 것도 아니다. 2021년 시험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사용될 75t급 액체엔진 시험발사체가 발사되는 것뿐이다.
엔진시험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된다고 해서 75t급 엔진 4개를 묶은 1단과 75t 엔진 하나로 이루어진 2단, 7t급 액체엔진인 3단, 탑재체로 이루어진 누리호' 성공을 담보해주는 것도 물론 아니다.
이런 보도를 접한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기본적 내용도 정확히 담아내지 못하는 언론의 수준 낮은 과학보도를 비판한다. 누리호 개발에 열정을 쏟아온 연구자들은 과도한 홍보 속에 시험발사에서 예상 못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마음 졸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국형 발사체 홍보 드라이브는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누리호 엔진시험발사체 발사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자, 외부 항공우주전문가 등의 의견을 보면 엔진시험발사체 발사는 물론 홍보계획 결정에서 현장 연구자들이 소외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항우연의 한 연구자는 엔진시험발사체의 의미에 대해 "이게 된다고 해서 3단형 발사체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엔진이 비행 중에 제대로 동작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엔진시험발사체 결정은) 스토리가 굉장히 길다"며 "한국형발사체 사업계획이 2011년 확정됐는데 사업 기간이 길다 보니 중간평가랄까 하는 의미에서 시험발사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엔진시험발사체 결정 과정을 잘 아는 한 대학 교수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진국들도 엔진 성능 검증은 지상시험만으로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험발사체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조차 누리호 개발 또는 엔진시험발사체 발사를 놓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측을 담은 보도가 잇따르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누리호 홍보에 대한 윗분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걱정'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종합해보면 현재 필요 이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엔진시험발사체 등 누리호 홍보의 배경은 과기정통부 장관 이하 '윗분들'에게 향한다.
지나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게 이치다. 지난 7월 신문·방송·인터넷 매체에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 8부 능선 넘었다"는 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R&D에서 '8부 능선을 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출처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엔진 종합연소시험 결과 보도자료였다. 과기정통부는 "한국형발사체 시험발사 8부 능선 넘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한국형발사체 시험발사 전 종합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어디에도 '8부 능선'에 대한 설명은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8부 능선'에 대해 "엔진시험발사체 발사 준비가 그 정도 됐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독자들이 "한국형발사체 성공 가능성이 80%를 넘었다"고 이해했다면 독자의 잘못일까.
과학자들은 어떤 입장일까. 이를 가늠할 내용이 보도자료 말미에 있었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세계 각국 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률이 50%도 안 된다. 연구진은 실패 가능성 최소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험발사 성패에 대해 심적 부담이 얼마나 큰지 느껴지는 말이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에 R&D를 이벤트로 생각하지 말고 연구자들이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차분하게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일까.
안타깝게도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이번 엔진시험발사체 발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로 방향을 정한 듯하다.
과기정통부는 유영민 장관을 시작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릴레이 응원 캠페인'에 나섰고, 항우연은 오는 24~26일 나로우주센터에 100석 규모의 프레스센터를 운영하며 대대적 홍보에 나선다.
과연 이들은 시험발사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경우 누리호 개발 사업과 연구자들이 입을 타격을 생각해봤을까. 응원하고 싶다면 나로우주센터에 한번이라도 더 조용히 내려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필요한 것을 묻는 게 낫지 않을까.
과기정통부는 국민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장관의 응원메시지나 개발과정에 대한 과도한 홍보가 아니라 2021년 누리호가 힘차게 우주로 솟아오르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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