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임상승인 89건… 2022년 세계시장 91조원 성장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흔히 면역항암제로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 영역을 개척한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명실상부한 차세대 항암제로 인정받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제임스 P. 앨리슨(70)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와 혼조 다스쿠(76) 일본 교토대 의과대학 교수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할 수 있는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확인해 새로운 암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성과를 인정받았다.
면역관문은 면역세포가 자신의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게 하지 못하는 표지자다. 암세포는 체내에서 면역관문을 조종해 마치 자신을 정상 세포인 것처럼 꾸며 면역세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암세포가 체내에서 '가면'을 쓰고 면역세포를 속이는 셈이다. 이때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의 면역관문을 억제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의 면역체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항암제는 기존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보다 효과는 높은 반면 부작용과 내성은 적은 편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암을 치료해 유명해진 다국적제약사 MSD의 '키트루다'도 면역항암제다. 향후 암 치료가 '진행 억제'에서 '완치'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준 것도 면역항암제다.
특히 면역항암제는 한번 개발하면 다양한 암 종류로 치료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와 BMS·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는 비소세포폐암, 흑색종뿐 아니라 위암, 두경부암, 요로상피암, 호지킨 림프종 등으로 치료범위를 늘려가는 추세다. 전세계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가 현재 20조원에서 2022년에는 91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000100], 동아에스티[170900], 보령제약[003850], 제넥신[095700], 신라젠[215600] 등이 면역항암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 열기도 뜨겁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역항암제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89건으로 2016년 대비 30.9% 증가했다.
식약처는 "화학물질로 암세포를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방식의 기존 항암치료에서 자기 몸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항암치료로 전환되는 추세가 임상시험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국내 최다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유한양행 관계자는 "면역항암제의 잠재 시장이 큰 데다 부가 가치 창출이 기대된다"며 "현재 자회사 이뮨온시아 등을 통해 면역항암제 10여종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단, 면역항암제는 가격이 비싸고 모든 환자에게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 게 한계로 꼽힌다. 약효가 나타날 만한 정확한 환자군을 선별해야 하는 것도 어려움이다. 면역항암제가 개발되고 환자들에게 직접 투여한 게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부작용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면역항암제는 2011년 여보이가 흑색종 치료제로 시장에 등장한 이래 실제 환자에 사용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jan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