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J "칠레, 협상 의무 없어…이웃 국가로서 선의의 협상 재개는 자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칠레와 볼리비아의 '태평양 접근권'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칠레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일(현지시간) 볼리비아가 요구해온 '태평양 접근 주권' 협상에 칠레가 임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ICJ는 볼리비아가 제기한 태평양 접근 주권 협상에 칠레가 참여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전체 법관 15명 중 12명의 지지에 따라 결정했다.
압둘카위 아메드 유수프 판사는 "두 나라가 오랫동안 대화하면서 양해각서, 성명 등에 합의했지만 칠레는 볼리비아가 태평양에 자주적으로 접근하도록 하기 위한 협상에 임할 의무를 지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이웃 국가의 선의에 따라 양국이 다시 협상을 재개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결심 공판에 참석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유수프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유심히 경청하며 자국이 제기한 8가지 법적 근거를 ICJ가 기각한 이유를 메모했다.
칠레와 볼리비아 간의 태평양 접근권을 둘러싼 갈등은 오래된 사안이다. 전쟁에 패해 강제로 내륙국이 된 볼리비아로서는 태평양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국가적인 숙원이다.
1978년 이래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단절한 두 나라의 국경분쟁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볼리비아는 페루와 연합군을 이뤄 1879∼1883년 칠레와 태평양 전쟁을 벌였으나 패배했다.
이 때문에 볼리비아는 1904년 칠레와 체결한 조약에 따라 400㎞에 달하는 태평양 연안이 포함된 12만㎢의 영토를 상실하며 내륙국이 됐다.
볼리비아는 태평양 전쟁 이전 상태로 영토를 회복하겠다며 칠레에 줄기차게 협상을 요구했으나 칠레가 이를 거부하자 2013년 4월 ICJ에 제소했다.
칠레는 현재 볼리비아가 페루 국경 인근에 있는 자국 항구도시인 아리카를 무관세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볼리비아는 자신들이 관할하는 태평양 항구와 자유롭게 물건 등을 옮길 수 있는 철도 노선을 보장할 것을 칠레에 요구하고 있다.
칠레와 볼리비아는 2016년 6월 국경을 흐르는 실라라 강의 소유권을 놓고도 ICJ에 서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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