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훔치는 걸 뻔뻔하게 시연"…"손바닥으로 하늘 가리지 말라"
대정부질문서 沈 자료취득 놓고 설전…소득주도성장도 도마 위에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차지연 설승은 이슬기 기자 = 여야는 2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논란을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심 의원의 자료 취득과 공개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고, 한국당은 청와대와 정부의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이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맞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서 윤리특위에 심 의원 징계안을 주도적으로 제출한 김정우 의원은 "심 의원실은 비정상적 접근 경로를 파악한 후 3개의 ID를 추가 발급받았고, 8일 동안 190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자료를 다운로드 받았다"며 "일련의 작업이 매우 계획적, 조직적,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권한 없이 비인가 영역에 침입하고, 자료를 다운로드 받고, 이를 공개한 것은 정보통신망법과 전자정부법 등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며 "아무리 의정활동이라고 해도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청와대가 365일, 24시간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심 의원의 기획재정위원 사임을 촉구한다. 또 부당하게 취득한 자료를 하루속히 반납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윤관석 의원은 "국가 기밀 탈취 당사자가 이를 시연하며 대정부질문까지 하는 기막힌 상황을 보면서 의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자괴감이 든다"며 "부득이 물건 훔치는 걸 다시 뻔뻔하게 시연하는 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심 의원은 공직자 윤리가 아직 있다면 불법 탈취한 관련 자료를 신속히 반납하고 절취한 장물 정치를 중단하고 대국민 사과와 수사에 충실히 응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심 의원은 오전 대정부질문 마지막 순서에 직접 질의자로 나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디브레인) 시연 영상을 보여주면서 "불법이 아니다. 정부가 누명을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국민 세금인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라며 "제 보좌진들은 해킹 등 전혀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100% 정상적으로 접속해서 자료 열람했다. 아무런 불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청와대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정황과 회의수당 지급을 언급하며 "염치가 없는 것 아니냐"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대정부질문 연단에 오른 한국당 동료 의원들도 심 의원을 적극 엄호했다.
한국당 박맹우 의원은 "정부여당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내용은 고사하고 절차를 가지고 입 맞춰 덮는다고 혈안인데, 그렇다고 진실이 덮이지는 않는다"며 "실체는 오래지 않아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유재중 의원은 "지난해 7월 청와대 대변인이 이전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면서 '이 자료가 대통령 기록물인 것은 맞다. 다만 자료 등에 비밀표기를 해놓지 않아 공개했다'고 했다"며 "심 의원이 확보한 재정자료에도 비밀표기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료의 유출과정이 아니라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부정하게 사용한 것이 있는지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여야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둘러싸고도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갔다.
한국당 김광림 의원은 "소득주도성장, 이제 멈춰야 한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은 시장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막 시작한 규제개혁 노력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남북문제로 민생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나라 전체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논거도 빈약한 이론 논쟁에 빠져들어 허송세월하고 있다"면서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정규직, 청년, 여성의 어려움을 깊이 살펴야 한다. 지금이 정책 전환의 마지막 기회"라고 가세했다.
이에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의 물꼬를 여는 일이 시급한데,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물 한 컵도 안 된다며 반대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이라며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늘려주는 소득주도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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