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 탓…가계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 6년 만에 최저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예·적금을 깨고 빚내서 집을 사느라 가계 여유자금이 3분기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반면 세수호황이 이어지며 정부 여유자금은 3분기 만에 최대로 늘어 대조를 이뤘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은 11조원으로 작년 3분기(9조7천억원)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순자금 운용은 경제주체가 예금, 채권, 보험·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 축소는 가계가 신규 주택을 사들이기 위해 여윳돈을 쓰고 대출을 늘린 결과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조달은 1분기 22조8천억원에서 2분기 27조6천억원으로 확대했다. 반면 금융기관 예치금 등이 줄며 자금 운용 규모는 39조6천억원에서 38조5천억원으로 깎였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자금 운용-자금 조달·순자금 운용이 음의 값인 경우)은 9조9천억원에서 15조4천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는 작년 2분기(15조8천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일부 공기업이 2분기 줄줄이 적자를 본 탓이다. 겨울철 난방 수요 등으로 1분기에 순이익이 늘었다가 계절적 요인으로 에너지 공기업 실적이 나빠진 것이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자금 조달은 전 분기보다 33조3천억원(60조8천억원→27조5천억원) 쪼그라들었고, 자금 운용은 더 큰 폭인 38조8천억원(50조9천억원→12조1천억원) 깎였다.
일반정부만 순자금 운용이 13조1천억원으로 전 분기(7조5천억원)보다 확대했다. 일반정부 순자금 운용은 작년 3분기(18조2천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정부 수입 증가로 국채 발행은 줄고 금융기관 예치금은 늘어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총수입은 1분기 121조원에서 2분기 123조원으로 증가했다.
일반정부 자금 조달 규모는 4조1천억원 줄어든 24조7천억원, 자금 운용은 1조5천억원 확대한 37조8천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법인의 순자금 운용은 전 분기 2조8천억원에서 2분기 5조4천억원으로 확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비금융법인 기업, 일반정부, 금융법인 등 국내 부문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14조원이었다.
2분기 순자금 운용 규모는 13조9천억원을 기록한 2013년 1분기 이후 최소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순자금 운용 규모는 약간의 시차만 있을 뿐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6월 말 현재 국내 비금융부문의 금융자산은 8천41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말보다 57조원 늘었다.
금융부채는 80조6천억원 증가한 5천284조3천억원이었다.
금융자산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12조7천억원), 일반정부(+49조1천억원)에서 늘고 비금융 법인기업(-4조8천억원)에서 감소했다.
금융부채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27조4천억원), 비금융 법인기업(+24조1천억원), 일반정부(+29조1천억원)에서 모두 늘었다.
국내 비금융부문의 순 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은 2천757조2천억원으로 석 달 전보다 23조6천억원 감소했다.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1.52배로 전 분기 말(1.53배)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 가운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 금융자산은 1천994조4천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조7천억원 감소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2.15배로, 2012년 2분기(2.14배)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하다 보니 가계의 주식 시가 평가액이 줄어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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