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으로 멀쩡한 공익광고물 교체…예산 낭비" 지적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교육도시 대구를 상징하는 공익 스티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어요"
대구 시내버스 앞문(승차문)에 붙어 있던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라는 스티커가 지난달 중순 이후 모두 사라져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스티커가 사라진 자리는 하트 모양 바탕에 '참 좋은 버스, 당신의 사랑에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대신하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는 2015년 대구시교육청이 '대한민국 행복교육의 수도 대구'와 함께 특허청에 업무표장으로 등록한 문구다.
대구교육청은 같은 해 10월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선포식까지 열었고 브랜드 상징물로 만들었다.
상징물은 다양한 크기의 스티커 형태로 만들어져 대구교육청 건물 외벽을 비롯해 시내버스, 시외·고속버스, 택시, 개인승용차 등에 부착해 대구 교육행정에 대한 친근감을 주는 데 활용됐다.
대구 시내버스 1천700대에도 2015년 12월부터 가로 30㎝ 세로 20㎝ 크기 스티커가 붙었다. 공익광고여서 다른 광고물과 달리 무료다.
시내버스 승객 상당수가 학생이어서 교육행정에 대한 학생들과 그 가족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홍보물이 지난달 대구 시내버스 운송사업조합 이사장 명의로 된 공문이 시교육청에 온 이후 모두 철거됐다.
버스조합은 공문에서 "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이고 시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홍보 스티커를 바꾸게 돼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문구를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각 버스회사는 이에따라 스티커를 모두 떼고 대신 새로 만든 '참 좋은 버스, 당신의 사랑에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스티커를 붙였다.
대구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시내버스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아무 협의나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시민 장모(47) 씨는 "광고를 바꾼다고 시내버스 서비스가 나아지리라고 생각하는 승객은 없을 것"이라며 "얼핏 보면 대구에서 생산되는 소주 상표를 연상시킬 수도 있어 탁상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버스준공영제로 세금이 지원되는 시내버스에 다른 기관 광고물을 일방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대구시 불통행정이자 시민들에게 '갑질'로 보일 수 있다"며 "업무 담당자들의 적절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시내버스와 달리 택시와 시외·고속버스 등은 여전히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스티커를 부착한 채 달리고 있다.
lee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