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철 사진작가, 등산 중 대둔사지에 나온 고산천 발견
(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차 맛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맛이다."
'다성(茶聖)'으로 불렸던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6)는 차 맛을 내는 데 핵심인 물맛을 평가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스님이었다.
대흥사 역사를 기록한 대둔사지(大芚寺誌·1823년) 편집에 주도적 역할을 한 초의선사는 대둔사지에서 두륜산 암자 샘터의 물맛을 기록했다.
초의선사는 '두륜산 내 암자에는 많은 샘터가 있다.
북미륵암이나 만일암터, 일지암, 남미륵암, 진불암, 상원암, 도선암터, 심적암터, 남암, 관음암, 청신암 샘터 물맛은 달고 맛이 있다.'고 적었다.
해남 사진작가 천기철씨가 대둔사지에 나온 도선암터 샘터를 발견했다.
천 작가는 3일 "문헌을 중심으로 샘터 확인 작업을 벌이던 중 도선암터 샘터를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흙으로 덮여 있지만, 주변으로 물이 흘러 내리고 있어 조금만 복원하면 이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말 의병장 최후 항쟁지인 대흥사 심적암터에서 작전도로를 따라 200여m 오르면 도선암터 샘터가 있다고 천 작가는 밝혔다.
이 샘터가 바로 '고산천'이라는 것.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가 해남에 낙향해 살던 때, 특히 이 물을 길어다 차를 달였다고 해 고산의 호를 따 샘의 이름을 고산천으로 불렀다고 한다.
대둔사지에는 '스님들이 고산천 물을 길어다 병을 치료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천 작가는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 차인들의 최대 행사인 초의문화제(草衣文化祭)가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해남에서 열린다.
올해로 27회째인 초의문화제는 조선 후기 '선(禪)과 차(茶)의 세계가 하나'라는 다선일여(茶禪一如) 사상으로, 쇠퇴해져 가던 우리 차의 부흥을 이끌었던 초의선사의 다도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1992년부터 매년 열린다.
초의문화제 기념식에서는 육법공양과 함께 초의선사가 40여 년 동안 기거했던 일지암의 유천수로 끓인 찻물을 초의선사와 선고다인에게 바치는 헌다례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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