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문화국 신설·읍면동장 시민 추천제 도입…'젊은 행정수도' 역점
"신도심만 보인다" 우려…충청권 상생 방안 도출 숙제
(세종=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2012년 7월 출범해 정확히는 시정 3기를 맞이한 세종시는 시민주권 특별자치시를 구호로 내걸고 첫 100일을 보냈다.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 이춘희 시장을 필두로 세종시 호는 자치분권과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거센 파도를 향해 노를 저을 채비를 갖췄다.
그 첫 조처로 시는 '자치분권문화국'을 신설했다.
"세종형 자치분권 모델 실현을 위한 조직 개편"이라는 이춘희 시장의 말처럼 자치분권문화국은 주요 분권 과제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업무를 맡는다.
분권 제도에 관한 사항 연구, 자치경찰제 기획·운영, 시민참여 활성화 방안 마련 등이 이곳에서 다뤄진다.
16세 이상 시민이면 누구나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례도 손질하고 있다.
이춘희 시장은 7일 "청소년은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인 세종시의 당당한 구성원"이라며 "청소년이 마을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읍·면·동장 시민 추천제'도 도입했다.
읍·면·동장 후보자를 시민이 면접 또는 투표를 통해 추천하거나, 개방형 공모로 공무원이나 민간 경력자를 뽑는 게 골자다.
조치원읍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했는데, 시민이 추천한 후보자가 그대로 읍장에 임명됐다.
시는 아울러 자치분권에 특화한 회계 항목 운영 계획을 세웠다.
자치분권특별회계는 주민이 주도적으로 마을 일을 논의·결정·집행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했다.
'돈줄을 쥔 자치단체에 행정력 집중'이라는 기존 도식에서 벗어나 있다.
안정적인 마을 자치를 위해 따로 예산을 편성하는 건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첫해 규모는 157억원 정도다.
자치분권특별회계는 일단 내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운영한다.
김현기 시 자치분권문화국장은 "주민 스스로 재정운영 문제점을 찾아내고 발전방안을 궁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4년간 실행할 145개의 공약 과제는 시민과 함께 만들기도 했다.
국립행정대학원 설립 지원 연구용역, 읍·면·동장 시민 추천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설립, 공영전기자전거 도입 등을 내놨다.
이런 과제들은 시민주권준비위원회 위원들이 직접 나와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행정수도 완성 주춧돌이 될 세종 국회의사당 설치에도 긍정적인 여론을 만들어 나갔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세종시는 사실상 민주당이 만든 도시"라며 직접 챙기기에 나서 기대는 더 부푼 상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굵직한 시정 목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향하는 인상이 강하다 보니 원도심을 아우르는 행정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도시와 읍·면 지역 주민 간 정서적인 이질감을 줄이는 것도 숙제다.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 등 시정 2기 때부터 많은 예산을 들여 두 지역 간 경제적 격차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는 했으나, 시 전체를 통합할 만한 수준은 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 관계자는 "연서면 스마트시티 산업단지가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되는 등 그간 잘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했던 것들이 차츰 결실을 보고 있다"며 "청춘 조치원, 도시 뉴딜, 로컬푸드 등을 통해 시민들이 행복한 세종시를 만들 수 있도록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주권의 전제인 참여율 제고를 위해 적절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정 3기 들어 모바일 정책투표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참여 인원이 적어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이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시는 "시책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흐름을 살펴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대전시와 충북 청주시, 충남 공주시 등 인접 도시와의 상생 방안 마련 역시 속도감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
신행정수도 논란 당시 똘똘 뭉쳐 세종시 원안 사수를 부르짖었던 충청권이 이제는 '유감', '반대', '거부' 등의 단어를 앞세운 채 분열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KTX 세종역 신설, 택시 영업 관할 다툼, 인구 이동 대안 등은 세종시에서 어떻게든 현명하게 풀어야 할 실타래가 될 전망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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