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타결지은 미국, 다음 타깃 중국에 화력 집중

입력 2018-10-02 16:38  

나프타 타결지은 미국, 다음 타깃 중국에 화력 집중
고강도 장기전 태세…고관세로 중국서 투자 철수 기대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새로운 무역협정에 타결한 것은 곧 잠재적 패권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화력 집중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에 이어 캐나다, 멕시코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USMCA)에 합의한 미국은 동맹들과의 갈등 국면을 해소하고 전선을 차례차례 정리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새 무역협정이 미국에 '돈과 일자리'를 쏟아낼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지만 새 협정의 중요성은 사실 그 세부내용보다 중국과의 싸움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이 진행 중인 유럽연합(EU), 일본과는 결국 합의에 이를 것으로 낙관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만은 불만 표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대화를 매우 원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대화를 하기에 너무 이르다. 왜냐하면 그들(중국)이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으로 대화를 너무 빨리 하라고 강요한다면 올바른 거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장기전 가능성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동을 건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이 일부 전선을 소개하고 이전하는 중이라는 관전평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서명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미일 무역협의를 벌이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리 클라이드 후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백악관 관리들이 결국 모든 전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행동 보조를 맞추고 있는 중"이라며 "전선의 상당부분을 정리하고 중국과의 대규모 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중국에 대한 공동대처 방안을 만들기 위해 유럽연합 및 일본의 통상관리들과 정기적으로 회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공동의 전략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최소한 중국에 '미국, 유럽, 일본 3개 무역상대를 각개 격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와 관련, "우리는 중국에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라며 "그들(중국)은 우리 동맹들을 분열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USMCA에는 중국을 직접 겨냥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은 새 협정에 환율이나 국제통화 체계를 조작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하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당장 새 무역협정이 미국의 대(對) 중국 경제전쟁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측면이 없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무역협정 타결이 경제, 안보 현안과 관련한 중국과의 대치 정국에서 미국에 더 많은 '실탄'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새 협정이 북미 지역 내에서 통상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거하고 북미 지역을 더 많은 투자 매력을 가진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관세조치가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투자처를 중국 밖으로 옮기게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이는 신산업으로 이어질 차세대 첨단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을 약화시키고 차후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부가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속내도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트럼프의 전략은 처음부터 중국 밖으로 투자를 철수시키고 글로벌 공급체인을 재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유럽, 캐나다 등 다른 동맹들과 갈등 전선이 확대되면서 이런 노력이 본궤도를 이탈했다"면서 "나프타는 글로벌 공급체인의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였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해 중국내 생산기지 이전을 저울질하고 있는 중이다.
백악관 지도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더욱 거센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지만 현재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조짐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양국의 학계와 재계 인사들이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중 경제전쟁은 외교, 군사·안보 방면으로 확산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주말에는 중국의 미국 선거개입 논란에 대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판 연설이 예정돼 있다.
또 미국 구축함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다 중국 군함과 충돌 직전까지 갈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고 내달 열릴 예정이던 미중 외교·안보 대화도 취소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중 계획도 무산됐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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