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도 참석 인사 격 낮춰…한국 당국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 조사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의 제재 목록에 오른 러시아 해운사 소속 화물선이 부산항에서 출항 금지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러시아 하원 의원들이 1일(현지시간) 주러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개천절 기념 연회에 불참했다.
러시아 외무부에서는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차관급 대신 국장급 인사가 참석했다.
이날 모스크바 시내 롯데호텔에서 열린 개천절 기념 연회에는 러시아 각계 인사들과 현지 한국 교민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당초 참석이 예정됐던 올가 에피파노바 하원 부의장,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하원 공보실은 "러-한 의원친선그룹 소속 의원들이 우윤근 주러 한국대사가 주최하는 리셉션 참석 계획을 취소했다"면서 "이러한 결정은 한국 당국이 (러시아 화물선) '세바스토폴호'를 불법 억류한 것과 연관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낮 우 대사를 초치해 화물선 출항 금지에 항의했던 러시아 외무부에서도 당초 예정됐던 이고리 모르굴로프 아태 지역 담당 차관 대신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제1아주국 국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외무부가 축하 인사의 격을 낮춘 것도 화물선 억류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 현지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러시아는 한국 당국이 지난달 28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 해운회사 '구드존'(Gudzon) 소속의 다목적 화물선 '세바스토폴'을 부산항에서 출항 금지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리를 위해 지난달 중순 부산항에 입항했던 세바스토폴호는 같은 달 27일 수리를 마치고 곧이어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한국 당국이 출항 금지 조처를 내리면서 부산항에 억류돼 있다.
화물선이 억류된 이유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선사 구드존 측은 자사와 세바스토폴호가 미국의 제재 목록에 오른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8월 21일 선박 간 석유 환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러시아 해운 관련 기업 2곳과 선박 6척을 제재한다고 밝히면서 구드존과 세바스토폴을 제재 목록에 포함했다.
구드존과 러시아 당국은 해운사와 화물선 세바스토폴호가 대북 제재 체제 위반 활동을 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 당국자는 "세바스토폴호는 정식 '억류'가 아닌 '출항 보류'된 상태로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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