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부총리 유은혜 취임…"사람중심 교육, 미래인재 양성"

입력 2018-10-02 18:02   수정 2018-10-02 21:50

첫 여성부총리 유은혜 취임…"사람중심 교육, 미래인재 양성"
미래교육위 발족 계획…고교무상교육 등 '출발선 보장' 프로젝트
유치원 영어교육 등 민감한 현안 해결방식 주목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미래교육위원회'와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출범시켜 입시경쟁이 아닌 사람 중심 교육계획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고교 무상교육과 기초학력 보장 시스템 등 '출발선'의 평등을 강조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 미래교육위·국가교육위 통해 교육 패러다임 교체
유 부총리는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열어 앞으로의 교육정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유 부총리는 첫 여성부총리이자 23년 만에 나온 여성 교육부 장관이다.
그는 한국 교육이 "여전히 소수 상위권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경쟁교육 중심이며 대다수 아이를 획일적인 기준으로 서열화하고 있다"며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 중심의 미래교육계획을 구체화해 미래인재 양성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이를 위해 교육부에 교육계, 과학계, 산업계, 노동계 등의 전문가와 학생·학부모·교사 등으로 구성된 '미래교육위원회'를 발족하고 미래교육 계획안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정부 각 부처에 흩어진 사업과 예산을 체계화해 부처 간 협업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국정과제이자 교육정책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는 2019년에 출범시키고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권한을 교육청과 학교로 이양하는 한편,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교육을 중심으로 기능을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과 미래형 교실모델 구축, 고교학점제 도입 준비 등 기존에 거론된 교육혁신도 차근차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유 부총리는 부모의 소득 격차가 교육기회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등 국민 피부에 와 닿는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고교무상교육을 2019년으로 앞당겨 실현해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출발선의 불평등이 없도록 국가 차원의 출발선 보장 프로젝트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발표한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과 온종일 돌봄교실 20만명 확대 계획을 차질없이 시행하고 한글, 수학 등 기초학력 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챙기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유 부총리는 또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계속 발굴하겠다"며 "교육정책은 국민 눈높이와 현장의 수용 정도, 준비상태를 고려해 때로는 신중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 유치원 영어교육부터 고교체계 개편까지…민감한 교육정책 대기 중
야당과 교육계 일각의 격렬한 반대 속에 취임식을 치른 유 부총리는 당장 산적한 교육현안과 마주해야 한다.
학부모 반발이 큰 유치원 영어 방과 후 특별활동 금지와 학교폭력 대처방안을 당장 정책숙려제로 공론화해야 한다.
앞서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을 만들고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영어가 3학년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된 초등학교의 경우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수업시간은 물론 방과 후 활동 시간에도 영어를 가르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유치원에서도 방과 후 특별활동 시간에 영어를 가르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여론 반발에 밀려 결정을 유예하고 정책숙려제로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고가의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어린이 방과 후 영어교육을 막는 것은 오히려 교육격차를 심화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숙려제를 거쳐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치원 영어 방과 후 특별활동을 인정하게 될 경우 이미 금지된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도 다시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이 (1∼2학년 방과 후 영어교육을) 제한하고 있지만 현장의 요구는 다르다"며 "현장의 요구와 지역적 편차·격차 해소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취임사에서도 언급했듯 2022학년도 대입개편의 후폭풍도 여전하다.
교육부가 일부 대학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정시모집)을 30%까지 늘리도록 권고하기로 하면서 정시 확대를 주장해 온 보수진영과 수능 절대평가를 주장해 온 진보진영 모두 교육부에 비판의 날을 세우는 상황이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추진 일정도 2025년으로 줄줄이 밀렸고, 학교생활기록부 개선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학종전형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이다.
고교체계 개편의 경우 자사고·외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도록 한 정부 정책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의 경우 당장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교육부가 신청한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야당 일각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현안 외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유 부총리가 2020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경우 임기는 최장 1년 3개월 남짓이어서 정책동력이 떨어지거나, 임기 안에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김상곤 부총리 재임 기간 교육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컸던 점을 고려해 교육과정 개편 등 민감한 현안은 오히려 건드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cin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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