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탈퇴 언급에 伊금융시장 또 동요…伊총리, 진화 나서

입력 2018-10-03 00:26  

유로화 탈퇴 언급에 伊금융시장 또 동요…伊총리, 진화 나서
EU, 伊 정부 재정지출 확장 예산안에 연일 경고음
살비니·디 마이오 부총리 "물러서지 않을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의회의 예산위원회를 책임지는 유력 정치인의 유로화 탈퇴 언급에 이탈리아 금융 시장이 다시 동요했다.
클라우디오 보르기 하원 예산위원장은 2일(현지시간) 공영 RAI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의 자체 통화를 보유하고 있으면 현재 안고 있는 문제들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야심적인 (경제) 회복 정책을 수행하려면 통화 정책에 있어서 이탈리아의 자체 수단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며 유로존을 탈퇴하면 이탈리아인들의 생활이 더 유복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극우정당 '동맹' 소속인 보르기 위원장은 이탈리아 내에서 유럽연합(EU)에 반기를 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경제 자문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이같은 발언에 이탈리아 리스크의 지표로 인식되는 이탈리아와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차(스프레드)는 한때 300bp를 넘어서는 등 2014년 3월 이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도 한때 1.8%까지 빠졌다.
이탈리아 금융시장은 포퓰리즘 연정이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리는 계획을 담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달 28일에도 스프레드가 치솟고 증시가 급락하는 등 요동친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1.6% 수준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를 내년에 2.4%로 대폭 상향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외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 같은 목표는 당초 중도좌파 민주당이 이끌던 전임 정부가 설정한 내년 재정적자 규모 0.8%에 비해서는 3배나 높은 것이다.
보르기 위원장의 발언에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에 빠질 조짐을 보이자 주세페 콘테 총리는 즉각 수습에 나섰다.



콘테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탈리아는 EU와 유로화의 창립 멤버로, 유로가 우리의 통화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고 밝혀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이와 다른 견해를 밝히는 모든 발언은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에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제공, 세금 인하, 연금 연령을 상향한 전임 정부의 개혁안 폐지 등의 선거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계획에 EU는 연일 경고음을 쏟아내며, 정책 제고를 촉구하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 채무 위기를 겪은 EU는 이탈리아발 새로운 채무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엄격해야 한다"며 조만간 EU로 제출될 이탈리아 새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EU가 엄밀한 잣대를 들이댈 것임을 암시했다.개별 회원국 예산안에 대한 감독권한을 가진 EU는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그리스에 이어 2번째 수준인 GDP의 약 131%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이탈리아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펼 경우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이런 경고에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의 두 실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살비니 부총리는 융커의 발언에 "이탈리아에서 아무도 속지 않는 위협"이라고 응수하며, "이탈리아 정부의 우선 순위는 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다. 예산안에 대한 비난은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부장관 역시 "예산안에 관한 한 단 1㎜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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