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자백 의존이 잘못된 유죄판단 초래…재심요건 완화 필요"

입력 2018-10-03 12:43  

"허위자백 의존이 잘못된 유죄판단 초래…재심요건 완화 필요"
형사정책硏·무죄네트워크 토론회…'약촌오거리' 사건 등이 대표 사례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법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재심을 받을 길을 더 넓혀야 한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한국무죄네트워크는 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재심 인정요건 확대 필요성을 중심으로 재심제도의 개혁 방향을 논의한다.
조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토론회에 앞서 배포된 발표자료에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강력범죄 540건의 사례를 들어 "피고인이나 공범의 허위자백, 피해자·목격자의 오인 진술 등이 판단 차이를 초래한 주된 요인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8월 발생한 약촌오거리 택시강도 살인사건이다. 경찰은 사건 당시 16세에 불과했던 최초 목격자 최 모 씨를 범인으로 몰아세우고 결국 거짓자백을 받아냈다.
최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0년 만기출소했지만, 재심을 청구한 끝에 2013년 3월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작년 개봉한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박미숙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일본의 주요 재심 사례를 분석한 발표자료에서 "일본의 경우 오판의 원인으로 불충분한 수사와 허위 자백에의 의존이 지적되고 있다"며 "증인의 증언에 의존하는 것 또한 오판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의 유죄 오판이 드러나더라도 한국의 형사소송법이 재심 이유로 증거의 '명백성'과 '신규성'을 이중으로 요구하고 있어 재심을 받기까지 벽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과 프랑스의 재심제도와 시사점' 발표문에서 "프랑스는 형사재심제도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운영되는 등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재심제도를 전면 개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형사소송법과 달리 프랑스 재심 이유는 증거의 명백성 또는 신규성 중 어느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라며 "재심 활성화를 위해 프랑스처럼 입법적으로 재심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미숙 연구위원은 "무고한 자를 구제하는 게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오판 구제와 방지를 위해서는 법 실무가와 학자는 물론 입법부, 시민단체, 언론 등 다양한 직역의 지혜와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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