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단체 등 반대 단체 500여명 모여…행진 과정서 몸싸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 첫 퀴어축제가 종교 단체의 반대 집회로 무산된 것을 규탄하기 위해 성 소수자 단체가 연 집회에서 또다시 양측의 마찰이 빚어졌다.
경찰이 경비 병력을 동원해 성 소수자 단체와 종교 단체를 분리했지만 행진 도중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퀴어축제 때와 똑같은 갈등이 재현됐다.
인천퀴어문화축제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당시 축제 반대 단체는 조직적인 혐오 표현과 폭력으로 집회를 방해했다"며 "그러나 인천지방경찰청은 조직위의 일방적인 양보와 협의를 종용하고 그들의 범죄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구청이 동인천역 북광장을 축제장으로 쓸 수 없도록 승인을 거절해 사실상 이번 폭력 사태에 빌미를 줬다고도 지적했다.
비대위는 "앞서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동인천역 북광장을 축제장으로 쓰겠다는 신청서를 동구에 냈지만 안전요원 300명과 주차장 100면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거절당했다"며 "동구청장은 행사 당일 광장에서 혐오 범죄를 목격했음에도 방조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비대위의 규탄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천기독교총연합회 등 종교 단체는 경찰에 반대 집회 신고를 했다.
이들은 애초 30여명 규모로 집회 신고를 했으나 이날 500여명(경찰 추산)이 반대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 단체 관계자들은 비대위 참가자 400여명(경찰 추산)이 인천지방경찰청으로 행진하려고 하자 도로에 드러누워 이들을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차량 밑으로 들어가 비대위 집회를 방해하려던 기독교 단체 관계자 1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비대위 측 참가자 1명은 반대 집회 참가자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얼굴과 팔에 타박상을 입어 치료를 받기도 했다.
비대위가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으로 행진해 마무리 집회를 시작하자 기독교 단체 관계자들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맞불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가 넘어 비대위의 규탄 집회가 끝나기까지 '동성애는 치료할 수 있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대 시위를 계속했다.
퀴어문화축제는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LGBT) 등 성 소수자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로 2000년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8일 인천에서도 첫 퀴어축제가 열렸지만 전날 저녁부터 기독교 단체와 시민단체·학부모 등 1천 명이 반대 집회와 점거 농성에 나서면서 행사가 사실상 무산됐다.
당시 퀴어축제 참가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던 반대 집회 관계자 8명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축제를 방해한 기독교 단체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의 법적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 집회는 시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지자체와 경찰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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