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다이크 전 경관 "교육받은 대로 했다"…검찰 "과응대응"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 및 인종차별 관행에 대한 전국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흑인 소년 16발 총격 사살 사건의 피고인 제이슨 반 다이크(40) 전 경관이 법정 증언대에 섰다.
2014년 10월 시카고 남부 트럭 터미널에서 소형 칼로 절도를 시도한 라쿠안 맥도널드(당시 17세)에게 16차례 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2015년 기소된 반 다이크는 2일(현지시간) 시카고 형사법원 법정에서 약 90분에 걸쳐 자기 변론을 펼쳤다.
배심원 선정 작업과 함께 재판이 시작된 지 18일째, 본격 심리 9일째인 이날, 반 다이크는 16발 총격에 대해 "맥도널드가 (총을 맞고도) 다시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며 "흰자위가 크게 드러난 그의 눈은 마치 내 영혼을 들여다 볼 듯했다. 내게도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고 진술했다.
반 다이크는 사건 당일 오후 9시께 동료와 순찰을 돌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 경찰을 피해 서서히 달아나는 맥도널드를 포착했다. 순찰차에서 내린 지 단 6초 만에 총을 쏘기 시작했고, 맥도널드가 총격 시작 1.6초 만에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데도 12.5초에 걸쳐 추가 총격을 가했다. 맥도널드는 머리·목·가슴·등·팔·다리 등 16군데 총상을 입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사건은 시카고 시가 동영상 비공개를 조건으로 유가족에게 합의금 50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조용히 묻히는 듯했다가 한 시민의 제소로 1년여 만에 현장 동영상이 전격 공개되면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반 다이크는 "동영상은 내 관점이 아니다. 맥도널드가 나를 향해 걸어왔고, 총을 맞은 후에도 소형칼을 쥔 손을 들어 올리며 일어서려 애를 써,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언 중간중간 감정에 겨운 목소리였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반 다이크는 "총을 재장전한 것은 경찰 교육을 받을 때 배운대로"라며 "맥도널드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그가 들고 있는 칼을 던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단은 반 다이크 시각에서 본 현장을 그래픽으로 재구성해 배심원단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반대 신문에 나선 검찰이 반 다이크에게 "맥도널드가 칼을 어깨 위까지 들어올린 사실을 사건 발생 직후 상부에 보고 했나"라고 묻자 반 다이크는 "총격 직후 내가 어떻게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한동안 충격에 휩싸여있었다"고 답했다.
검찰은 반 다이크가 당시 느낀 위협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며 "16발 총격은 분명 과잉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반 다이크가 자기 변론에 나선 것은 변호인단의 설득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무죄 평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직접 증언대에 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반 다이크의 증언이 평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출신 법률 분석가 밥 밀란은 "배심원단이 '흑인 소년에게 16차례 총을 쏜 경관'만이 아닌 '경찰 경력 17년차인 반 다이크라는 사람 자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마무리를 향해 가면서 모든 시선이 배심원 평결에 쏠리고 있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제로 반 다이크의 유·무죄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 재판의 배심원단은 백인 7명·흑인 1명·히스패닉계 3명·아시아계 1명으로 구성돼, 재판 시작 전부터 평결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인 바 있다.
시민·종교 단체들은 반 다이크가 무죄 평결을 받거나, 배심원단 의견 불일치로 풀려날 경우 대대적인 시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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