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슬로바키아가 베트남에 기업인 납치 의혹 사건의 조사 결과에 따라 중대한 외교적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혀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3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페테르 펠레그리니 슬로바키아 총리는 현지 프라브다 데일리 인터뷰에서 "베트남이 자국 시민을 납치하려고 슬로바키아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외교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베트남에서 수배 상태였던 찐 쑤언 타인 전 페트로베트남건설(베트남 국영 석유가스공사의자회사) 회장은 독일로 달아나 망명을 신청했지만 지난해 7월 베를린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독일과 슬로바키아 언론은 베트남 외교관들이 타인 전 회장을 베를린에서 납치한 뒤 브라티슬라바 공항으로 이동해 슬로바키아 정부 소유의 비행기로 귀국했다는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베트남은 타인 전 회장이 자수했다고 주장했지만, 독일은 정보기관이 동원된 납치사건으로 보고 베트남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 납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47세 남성을 독일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펠레그리니 총리는 "외교장관을 통해 베트남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언론은 타인 전 회장을 강제 귀국시킬 때 사용된 비행기가 슬로바키아 외교부가 베트남 측 방문자들을 위해 제공한 것이라고 전했다.
슬로바키아 검찰은 로베르트 칼리낙 전 내무장관을 비롯해 당시 정부 인사들이 베트남 측의 의도를 알고 비행기를 제공했는지 조사 중이다.
베트남에 송환된 타인 전 회장은 부패 혐의로 두 건의 재판에서 모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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