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美, 北에 핵리스트 신고 요구 미뤄야"…WP 인터뷰

입력 2018-10-04 10:11  

강경화 "美, 北에 핵리스트 신고 요구 미뤄야"…WP 인터뷰
영변 핵시설 폐쇄-종선선언 빅딜 강조…"대단히 큰 도약될 것"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북한의 선(先)핵무기 목록 신고 및 검증' 요구를 일단 미룰 것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강 장관은 주 유엔 한국대표부에서 WP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핵무기 목록을 요구하면 이후 검증을 놓고 이어질 논쟁에서 협상을 교착상태에 빠지게 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WP가 전했다.
강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비핵화 협상의 진전과 북미간 신뢰구축 차원에서 미국도 전향적 입장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거듭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WP에 따르면 강 장관은 지난 2008년 조지 W.부시 정권 시절 북한이 플루토늄 관련 시설에 대한 수천 페이지의 자료를 넘기고 난 뒤 협상이 오히려 악화했던 것을 예로 들었다.
강 장관은 "핵 목록 신고를 받은 뒤 그걸 검증할 상세한 프로토콜을 산출해내려고 하다가 결국 실패했다"며 "우리는 다른 접근을 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어느 시점에서는 북한의 핵 목록을 봐야 한다"면서도 "양측에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는 행동과 상응 조치가 있어야 그 시점에 더 신속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강 장관은 또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놓고 북미가 서로 '빅딜'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서 매우 큰 부분으로, 만약 북한이 종전선언과 같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핵시설을 영구 폐기한다면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는 대단히 큰 도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서가 될 것이라면서 미 정부 내의 우려를 일축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 싸움을 않겠다'고 한 것과 관련, 강 장관은 협상의 복잡성을 내포한 발언으로 이해한다면서 "매우 발전된 핵 프로그램이다. 짧은 기간 내에 그냥 해체해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우리는 이 과정에서 어떤 당사자보다 북한을 더 잘 알고 있고 완전한 비핵화를 누구보다도 열렬히 원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과 관련해 '순진하다'는 것은 우리 정부를 특징지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WP는 북한의 핵 목록 신고 및 검증을 미루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은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감이 커지는 가운데 북미 간 협상 교착상태를 타개하고자 고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이 계획은 7일 방북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도 여러 옵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미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미 국무부도 이에 대한 코멘트를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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