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심신미약' 감경, 겨우 징역 12년 비판…이후 10년간 처벌강화 논란
아직도 술 취해 운전대 잡는 '불감' 여전…"인식개선·처벌강화 동시에"
(전국종합=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만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교통사고와 강력범죄를 질타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술에 취해 심지어 생명을 앗아가는 범죄를 저질러도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감형을 받아온 사례들에 대한 공분이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2년 뒤면 출소해 세상에 나오게 될 흉악범 조두순이 대표적이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 안산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복역 중이다. 68세가 되는 2020년 12월 출소할 예정이다.
당시 조두순은 8세 여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줬음에도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심신미약 감경은 인정되지 않더라도 술에 취한 상태가 양형에 참작된 사례도 있다.
대전에서 직장 동료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된 40대가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7월 13일 대전지법은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술을 많이 마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한 점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점은 참작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음주운전 가해자들을 '도로 위의 살인자'로 지칭하고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만취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 동승자 2명을 숨지게 한 뮤지컬 연출가 황민(45)씨와 해운대에서 보행자들을 덮친 BMW사고 가해자 등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뜨겁다.
배우 박해미의 남편이기도 한 황씨는 지난 8월 27일 강변북로에서 시속 167㎞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의 포화를 받았다.
당시 황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04%였다.
황씨는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응한 뒤 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박모(26)씨는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34% 상태로 BMW 320d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횡단보도에 서 있던 군인 윤모(22·카투사)씨와 배모(22)씨를 덮쳤다.
두 사람은 사고 충격으로 공중으로 튕겨올라 주유소 담을 넘어 인도로부터 15m가량 떨어진 콘크리트에 머리를 부딪쳤다. 특히 윤씨는 뇌사 위기에 빠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세간의 인식과 달리 최근에는 범죄를 저지를 당시의 만취 상태가 무조건 감형 사유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 특례법이 개정돼 법관의 판단에 따라 성범죄의 경우 주취 감형을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술을 마셔 속칭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20대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주취 감형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부산지법은 주거침입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블랙아웃 증상이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일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보기 힘들어 감형 사유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모든 범죄에 대한 감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음주문화와 제도 등 전반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을 지낸 배상훈 전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술로 인한 실수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 수십년 간의 일반적인 인식이 지금의 비극을 만들어냈다"면서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고 인식개선과 처벌강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정권 차원의 음주운전자 사면도 이뤄지지 않았느냐"면서 "술 먹고 저지른 작은 잘못에 관용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초범이라고 하더라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사회봉사시간을 늘리는 등 실질적인 처벌을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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