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캠페인 필름, 열화당 사진집서 첫 공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남북 이산가족 문제는 분단의 비극을 가장 명징하게 증거한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 순간 중 하나가 1983년 6월 30일 오후 10시 15분부터 TV로 생중계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였다.
한국전쟁 33주년·휴전 30주년을 맞이해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원래 이산가족 150여 명을 초대해 1시간 30분 정도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천여 명이 넘는 신청자와 방송국으로 몰려간 시청자, 전화를 거는 이들로 방송국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방송은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KBS는 이산가족들의 간절함을 수용해 본격적으로 이산가족 찾기 추진 본부를 설치하고 방송 체제를 갖췄다. 453시간 45분, 138일을 기록한 대단원의 막은 그렇게 열렸다.
TV를 활용한 세계 최대규모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인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업무수첩, 신청서, 방송진행표, 사진 등 2만522건 기록물을 남겼다.
2015년 10월에는 전쟁과 분단의 참상을 고발하고 가족애와 인류애를 보여준 역사적인 기록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카메라'로 그 현장과 주인공들을 지켜본 사진가 육명심(76)이 1983년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캠페인 현장의 필름을 35년 만에 처음 꺼내놓는다.
육명심은 '인상(印象)' '백민(白民)' '장승' '검은 모살뜸' 등 한국의 정서를 담은 연작을 발표한 작가다.
열화당에서 출간된 '이산가족'에는 광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얼굴,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얼굴, 소망을 이룬 기쁨에 오열하는 얼굴 등 다양한 '이산의 얼굴'이 담겼다.
열화당은 "육명심은 이산가족의 얼굴들을 끌어안아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정서를 육화시켰으며, 그들이 겪은 기적의 시간을 표현해냈다"고 평가했다.
작가는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사진들은 어찌 보면 텔레비전 화면의 단순한 복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른다"라면서 이들 사진이 예술 작업이냐고 물을지도 모를 이들에게 미리 답을 내놓았다.
"예술의 역사에서 새로운 조류의 탄생은 그 시대의 필연적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팝아트가 산업사회 산물이듯,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영상 문화가 일상화된 생활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난 예술의 새로운 소산이다. 내가 텔레비전을 카메라로 찍는 시도를 했던 것도 1980년대 초, 이와 비슷한 시기다. 다만 표현 방식이 조금 달랐던 것뿐이다. (…) 1980년대 당시 나의 사진적 시도는 이러한 시대적 맥락에서 발현됐으며 그런 시대를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의 하나로 봐 주었으면 한다."
이산가족 찾기 운동의 역사를 다룬 맹문재 시인의 글 '이산가족의 만인보(萬人譜)'도 책 앞머리에 담겼다. 사진 사이사이에는 '판문점'(김준태), '분단에서'(박봉우), '마지막 시'(문익환) 등 분단과 통일에 관한 시들이 삽입됐다.
흑백사진 83점이 수록된 '이산가족'은 192쪽. 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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