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관대하게 인정하는 게 문제"…"술 마셨다고 가중 처벌 어려워"
음주운전 사상 사고 등 계기로 음주 범법자 처벌 강화 '공감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최평천 강애란 기자 = 심신미약을 이유로 법원에서 감형을 받는 '음주 범법자'들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음주 범법자들에게는 '감형 대신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취 범죄 가중 처벌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음주로인한 심신미약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음주 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2시께 총 16만5천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청원인은 혈중알코올농도 0.134%인 운전자가 몰던 차가 지난 9월 친구를 덮쳐 중태에 빠졌다며 음주 운전 사고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음주 상태에서 범법을 저지른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음주 운전에 대한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는 점차 거세졌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음주 운전은 일반 주취 범죄와 별개로 살인에 가깝기 때문에 처벌을 높여야 한다"며 "범죄를 저지를 때 술을 먹었다고 모두 심신미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법원이 심신미약을 관대하게 인정해준 것이 문제"라며 "판사들이너무 형을 깎아서 처벌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술에 취하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술을 먹는다고 봐야 한다"며 "술을 먹었다고 감형을 해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형법에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행위에는 심신미약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됐다"며 "스스로 야기한 것에는 감형을 해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형은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주취 범죄 처벌을 법률적으로 강화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교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맨정신으로 작심하고 한 범죄보다 술을 마시고 한 범죄가 반사회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술을 마셨다고 해서 더 큰 벌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주취 감형을 탈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결과만 보고 비난할 것은 아니다"라며 "적절한 형량을 산정할 때 주취 감형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을 감경하면 안 된다'는 조항을 법에 명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음주 경우만 감형 요인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법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 역시 '주취 감형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주취 감형이라는 규정은 없지만 때에 따라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로 인한 감경규정을 적용한다"며 "이 조항은 음주로 인한 감경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규정 삭제에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법원이 양형 단계에서 음주에 따른 심신상실 감형을 필요 이상으로 해서 선고하고 있다는 지적과 음주에 대해서만 심신상실로 인한 감경을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팽팽히 맞선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음주에 관대한 형 선고가 이어지면서 주취 상태를 마치 권리처럼 내세우는 피고인도 있다"며 "스스로 주취 상황을 야기한 후 범죄를 저지른 경우엔 심신상실 감형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재경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주취 상태가 인정된다고 해도 범죄의 중대성과 책임 등을 고려해 양형에 반영하고 있다"며 "범죄를 저지른 주취자에 대해 일반 범죄와 달리 심실 상실 감형을 일방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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