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상황 나쁘냐고? 현실은 소설보다 더 나빠"

입력 2018-10-04 16:33  

"노인들 상황 나쁘냐고? 현실은 소설보다 더 나빠"
스웨덴 소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작가 잉엘만순드베리 내한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스웨덴 인구 1천만 명 중 60살 이상이 300만이에요. 이 소설은 노인 문제에 대한 정치적 선언이기도 한데, 정부 측에서 보고 '노인들 상황이 그렇게 나쁘냐'고 묻더군요. 내 대답은 '현실은 이것보다 더 나쁘다'였습니다."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소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을 쓴 스웨덴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70)는 4일 내한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 소설이 담은 문제의식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비롯해 메르타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시리즈로 펴냈다. 64세 나이에 발표한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2012년)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으며, 2015년 이탈리아 로마 픽션상을 받았다.
2014년과 2016년에 후속편인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와 '메르타 할머니의 강도 인생'을 펴내 역시 베스트셀러에 올렸다.
스웨덴에서만 70만 부,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판매됐고, 27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스웨덴 공영 방송 SVT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할 예정이다. 한국에는 2016년부터 소개돼 5만여 독자를 모았다.
이 시리즈는 사회가 노년층을 취급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은 노인들이 강도단을 꾸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사회를 바꿔 나가려 하는 내용을 담았다.
작가는 "메르타 시리즈 세 권 다 정치적 팸플릿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스웨덴은 세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 세금으로 사회 인프라를 만들고 노인요양원을 유지하는데, 요즘은 금융인들이 세금을 내기 싫어해서 파나마 같은 곳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조세를 회피하기도 하죠. 또 요즘 스웨덴 사람들은 세금을 덜 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려고도 합니다. 지금의 노인들은 젊을 때 높은 세금을 내 사회에 기여했는데 말이죠. 이 소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기저에 다루는 문제는 심각한 내용이에요. 사회 전체에 돈(세금)이 없어지면 도둑들이 훔쳐서 나눠야 하는 금액이 커질 수밖에 없죠. 도둑질이 점점 대규모가 됩니다."


그 역시 직장을 은퇴한 뒤 연금 생활을 하다가 돈이 부족해져 '베스트셀러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15년 동안 수중고고학자로 스웨덴 스톡홀름 해양박물관, 노르웨이 오슬로 해양박물관,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 등지에서 일했고, 스웨덴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에서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40대에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역사소설, 어린이 책, 에세이 등 20종 책을 펴냈다.
"베스트셀러를 쓰려고 시중에 나온 베스트셀러 책들을 연구했어요. 제 결론은 누구나 읽기 편해야 하고, 친절하고 다정한 면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소설 주인공 노인들은 은행을 털면서도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고,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누구나 행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킵니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니 더는 늙는 걸 걱정하지 않게 됐고,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내 책이 출간된 11개국을 여행하며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했지요. 내 책을 최연소 7세부터 106세까지 읽고 웃는 것을 보면서 특히 행복했습니다."
이 소설에는 노인들의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 아버지는 99세에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함께 일하던 비서와 동거를 시작했죠. 함께 7년간 사시고 돌아가셨는데, 그 기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간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사랑한다고 생각해요. 표현 방식이 달라질 뿐이죠."


스웨덴 소설로 역시 노인 이야기를 다룬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작)도 2013년 국내 번역 출간돼 크게 인기를 끌었다. 요나손 역시 15년간 기자 생활과 사업가 경력을 거쳐 50세 가까운 나이에 발표한 이 소설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스웨덴에 중년 이후 늦깎이로 데뷔해 성공한 작가가 유독 많은 배경이 있느냐는 질문에 잉엘만순드베리는 "아주 재미있는 질문"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스물두 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 이야기를 쓰고 난 뒤 '이제 뭘 쓰지?' 하고 작품을 더 못 내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데 마흔 살쯤 시작하면 이미 자기 안에 가진 책이 두껍기 때문에 쓸 게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살면서 만난 사람들이 다양하고 본 것이 많아서 책 쓸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또 내가 역사학자(고고학자)였고 저널리스트였기 때문에 어떤 정보가 필요할 때 그걸 어디서 찾아야 할지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매우 유용하지요."
그는 노인들에게 건네는 조언으로 "삶은 어차피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날을 좋은 날로 만들기 위해 계속 싸워야 하는 게 삶이다. 체조 등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면 행복과 가까워진다. 또 무언가 신경 쓰고 아끼게 되면 삶이 더 쉬워진다. 가난한 상황이라면 더 어렵겠지만, 그 상황에서도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자신을 돌보고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1주일간 한국에 머무는 그는 5일 평소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DMZ를 둘러보고, 6일 오후 7시에는 '서울와우북 페스티벌'에서 '할머니도 할 말 있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 8일에는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를 연극으로 만들고 상연을 준비 중인 한 극단 관계자와 만날 예정이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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