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급식먹고 탈난 초등생들…용의자는 '방어'

입력 2018-10-05 06:13  

[김길원의 헬스노트] 급식먹고 탈난 초등생들…용의자는 '방어'
2년전 발생한 학교 식중독 사고…원인 규명 후에도 홍보는 '감감'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약 2년 전인 2016년 11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학생 6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아이들은 낮 12시 20분쯤 점심을 먹은 뒤 30분 정도 지나서 두통과 가슴 통증, 복통,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을 보였다.
관할 보건소의 조사결과, 학생들은 학교 급식으로 방어 스테이크와 쇠고기 미역국, 버섯 탕수육 등을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당국은 질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역학조사에 나섰다. 먼저 식중독 증상을 보인 63명의 어린이와 음식을 취급하는 7명의 직장(Rectal)에서 면봉으로 가검물을 채취했다. 또 이틀 전에 제공된 음식의 샘플을 수집하고, 식기 역시 면봉으로 표본을 검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미생물 검사를 시행했다. 식중독으로 볼 수 있는 원인균이 있는지를 찾기 위함이었다.
이와 함께 그날 급식으로 제공된 '방어구이'(yellowtail steak)의 히스타민 수치도 측정했다. 히스타민은 알레르기 반응이나 염증에 관여하는 화학물질로, 섭취했을 때 식중독, 고혈압,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조사결과 점심으로 생선을 먹은 학교 구성원 1천17명 중 55명(5.4%)에게서 탈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증상으로는 55명 모두 홍조 증상이 관찰됐으며, 72.7%가 두통을 호소했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의 잠복기 중앙값은 40분이었다.
사고를 일으킨 유력 '용의 식품'으로는 '방어'가 지목됐다. 남은 방어구이의 히스타민 수치가 허용 수치인 200㎎/㎏보다 훨씬 높은 293㎎/㎏에 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탈이 난 학생들 모두 방어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런 조사과정 초기에는 원인을 특정하기가 어려웠다.
식약처에서 지정한 알레르기 유발식품에 방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알레르기 유발식품으로 지정된 생선은 고등어가 유일했다.
당시 사고 조사내용을 분석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조성일 교수팀은 최근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KMS)에 이 사고의 원인이 방어 히스타민 중독이라는 최종 결과를 내놨다.
논문을 보면 이날 학생들에게 공급된 방어는 부산의 한 제조회사에서 가공 및 냉동처리 한 후 학교에 보내져 급식으로 제공되기 전까지 냉장 상태로 보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히스타민이 20℃ 이상에서 보관될 때 빠르게 생성되는 점으로 미뤄 보관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또 부산식약청은 납품 업체에 남아 있는 방어 스테이크에서도 히스타민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당시 환자들이 고등어과 생선에 의한 히스타민 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을 나타냈고, 히스타민이 독성화학물질로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이전 식품안전규정의 지침으로는 식중독으로 고려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이 사건이 있고 1년여가 지난 올해 2월 규정을 고쳐 히스타민 규격을 적용하는 생선에 방어를 추가했다. 보건당국이 뒤늦게라도 이런 조처를 한 건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런데도 아쉬움은 남는다.
아직까지 국내 히스타민 농도 기준치는 미국(50㎎/㎏ 이하), EU(100㎎/㎏ 이하)보다 높은 편이다. 또한, 수산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히스타민 테스트도 유통 전 단계(생산 및 가공)의 국내 수산물과 유통단계의 수입 수산물에만 적용된다. 더욱이 방어는 히스타민 오염 검사 대상 품목에 포함돼 있지도 않다.
조성일 교수는 "한국에서 방어는 주요한 식품인 만큼 히스타민 검사 항목에 포함되도록 식품공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고등어과 생선 중독이 보건당국에 보고될 수 있도록 감시체계를 개선하고 유통과정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아쉬움이 남는 건 사건은 있었지만, 규명된 원인에 대한 대국민 홍보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이 겪는 음식 알레르기는 자칫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알레르기성 쇼크(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급식 때 알레르기 유발식품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이 고등어에 함유된 히스타민이 위험하다는 것도 잘 모르는데, 방어까지 이런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걸 알리가 만무하다는 점을 보건당국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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