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국 여자배구가 위기에 직면했다.
차해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세계랭킹 10위)은 4일 일본 고베에서 끝난 2018 세계선수권대회를 1승 4패로 마감했다.
목표로 삼은 16강 진출에 실패해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대회엔 세계랭킹 유지에 필요한 포인트가 걸렸다.
한국은 상위라운드에 진출한 뒤 포인트를 많이 쌓아 세계랭킹을 더욱 끌어올려야 도쿄로 좀 더 쉽게 갈 수 있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조 5위에 그쳐 16강 문턱에도 가지 못한 바람에 올림픽 출전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최악에는 감독 교체를 포함해 대표 선수 선발과 대표팀 팀 운용에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배구계 안팎에서 나온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2월 차 감독을 여자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되 2020년 도쿄올림픽 종료 후 재신임을 묻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차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세계 배구 최강국 결정전인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6개 팀 중 12위를 차지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태국에 막혀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어 올해 가장 중요한 대회로 꼽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태국과 아제르바이잔에 연패한 바람에 16강 근처에도 못 가고 짐을 쌌다.
양효진(현대건설), 이소영(GS칼텍스), 이재영(흥국생명) 등 대표팀 주축 선수들은 부상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들보'인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세터 이효희(한국도로공사)의 볼 배달도 기대를 밑돌았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은 물론 대표 선수 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난 이상 대표팀 지도 체제를 바꿔 올림픽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배구인들은 이번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량이 부족했고, 대표팀 훈련도 치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쓴소리했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 합숙 훈련 기간임에도 일부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가 시즌 대비 훈련을 하고 진천선수촌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프로배구 시즌이 끝난 뒤 굵직한 국제대회가 잇달아 열린 통에 선수들이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소속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라는 큰 대회 직전 대표팀의 조직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에서 이뤄진 일부 선수들의 소속팀 복귀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처럼 대표팀이 허술하게 운영된 것으로 알려지자 프로 구단들이 속한 한국배구연맹(KOVO)도 대표팀을 담당하는 대한배구협회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과 각 구단은 남녀 대표팀 전임 감독 연봉 지급과 대표팀 운영에만 쓰는 조건으로 6억원을 협회에 지원한다.
협회가 대표팀을 관할하지만, 운영 자금을 대는 연맹도 대표팀 운영에 간여할 지분이 있는 셈이다.
세계선수권대회 결과를 두고 팬들의 질타가 이어지는 만큼 협회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시선이 쏠린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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