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종교나 개인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대체복무제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 안이 제시됐다. 4일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는 대체복무제 시행방안의 핵심 쟁점에 대한 정부 실무추진단의 안이 발표됐다. 복무 기간은 27개월(1안), 36개월(2안)이, 복무 형태는 합숙근무만 허용(1안), 합숙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출퇴근 허용(2안), 복무 분야는 교도소 단일화(1안), 교도소나 소방서(2안) 방안이 각각 제시됐다.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는 우리 사회 내에 첨예한 이견이 존재하는 뜨거운 이슈이지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내년 말까지는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대체복무가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는 현역 병사들의 군 복무 기간, 내용 등과 비교해 최소한 질적 등가성이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안을 마련하면서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고,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유지하며, 국제기준이나 판례를 최대한 존중하는 등의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이런 원칙에 부합하는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복무 기간 1안으로 제시한 27개월은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병사 복무 기간을 기준으로 1.5배에 달한다. 국제기구에서는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의 1.5배 이상일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고, 다수 국가에서도 1.5배 이하를 채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27개월 안이 마련됐다고 한다. 반면 현역병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기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육군 병사의 2배인 36개월이 2안으로 제시됐다. 해·공군 병사(해군 20개월, 공군 22개월)나 전문연구요원·공중보건의 등 다른 대체복무자(34∼36개월)와의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보기에 따라 27개월도 길다고, 혹은 36개월도 짧다고 주장할 수 있다. 복무 형태와 복무 분야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안을 토대로 국민여론조사를 포함해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대체복무제가 징벌적인 성격을 띠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주요 원칙이다. 복무 기간을 과도하게 길게 하거나, 보복성 성격이 읽히는 분야의 근무 방안 등은 배제하는 것이 옳다. 아울러 대체복무제 도입에 따른 고의적 병역회피자를 거를 수 있는 객관적 잣대 마련 등 앞으로의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공청회에 이어 이달 중 병역법 개정안 및 대체복무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한다. 병역의무의 신성함이 훼손되지 않고 현역장병의 상실감을 주지 않되 헌재의 결정 취지와 또 다른 기본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최종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세심한 검토를 다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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