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개막작 선정…탈북 여성의 비극적 삶 조명
(부산=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가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4일 막을 올린 올해 제23회 부산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 윤재호 감독은 이날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시사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아들과 엄마가 재회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이별, 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뷰티풀 데이즈'는 14년 만에 조선족 아들과 재회한 한 탈북 여성(이나영)의 신산한 삶을 담담하면서 감각적으로 그린다.
아빠의 마지막 부탁으로 엄마를 찾아 중국에서 서울로 온 청년 젠첸(장동윤 분)은 술집에서 일하고 건달 같은 남자와 사는 엄마를 보고 크게 실망한다.
그러나 엄마가 본인 가방에 몰래 넣어둔 공책을 본 뒤 엄마의 기구한 사연을 알게 된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 중국과 서울을 오가며 20여 년에 걸쳐 젠첸 '엄마'(이나영)의 비극적 삶을 조명한다. 이 작품으로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나영은 절제되면서도 한층 성숙하고 깊어진 감정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윤 감독은 탈북 여성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2011년부터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주제로 작품을 해오다 보니 분단, 가족과 연결된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미술, 사진, 영화 등을 공부한 윤 감독은 "이 영화는 파리에 살 때 민박집을 하던 조선족 아주머니와의 인연에서 출발했다"면서 "아들을 중국에 두고 9년 동안 만나지 못한 아주머니 사연을 단편으로 만들면서 중국에 직접 아들을 찾으러 갔고, 그곳에서 많은 탈북자를 만났다"고 떠올렸다.
윤 감독은 그 뒤로 생계를 위해 중국으로 탈북한 여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마담B'(2016)를 찍었다. 이 작품은 모스크바영화제와 취리히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윤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뷰티풀 데이즈' 시나리오를 계속 썼다"면서 "다큐멘터리에서 할 수 없던 이야기와 가족에 대한 질문과 의미 등을 극영화 속에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는 아들의 이름 젠첸 이외에 나머지 인물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윤 감독은 "탈북민들 가운데 가명으로 살거나 개명하는 분이 많은 점을 고려해 일부러 이름을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역설적인 제목에 대해서도 "원래 제목은 '엄마'였는데, 편집하고 나서 바꿨다"면서 "그런 날이 올 것인가에 대해 기대와 설렘, 희망 등을 담은 아이러니한 제목이 오히려 좋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아울러 "제목처럼 관객에 전하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있었다"면서 "결국 관계가 안 좋아졌을 때 대화를 하려면 과거가 어찌 됐든 다시 만나는 게 첫 번째 단계다. 이 영화를 기획할 때도, 만들 때도 이제 남과 북이 시작되는 것처럼 긍정적인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함께한 이나영은 젠첸의 엄마 역에 대해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비극적인 상황이 있었지만, 자신만의 최선의 방식으로 담당하게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나영은 "그동안 공백기를 가졌지만, 영화 연기를 항상 생각했고, 고민했다"면서 "제가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또 자신 있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어서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나영은 "(엄마가 되다 보니) 예전에는 상상만 했던 감정을 이제는 일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라고도 했다.
아울러 "연기하면서 단순히 엄마라는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조금은 세상에 통달한 여성의 담담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윤 감독은 이나영을 캐스팅한 데 대해 "엄마이면서도 젊은 여인, 뭔가 다른 느낌의 엄마를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이나영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표정과 분위기로 잘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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