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지자 몰래 출국하려다 경찰에 체포돼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총·대선 국면에 접어든 인도네시아에서 반(反) 정부 성향의 여성 정치활동가가 성형시술 멍 자국을 괴한에 피습당한 흔적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논란이 빚어졌다.
5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배우 출신의 인도네시아 정치활동가 라트나 사룸파엣(69·여)은 지난달 말 자녀들에게 자신이 괴한의 공격을 당해 얼굴에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내년 4월 대선에 출마한 야권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한 그가 테러를 당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끝에 확인된 진상은 성형시술 사실을 숨기려는 라트나의 거짓말로 시작된 해프닝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라트나는 지난달 21일 자카르타의 한 병원에서 성형시술을 받고 입원했다가 24일 퇴원했다.
그는 경찰이 이를 밝혀내자 "집에 돌아갔을 때 자녀들에게 왜 내 얼굴에 멍이 들었는지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인도네시아 경찰에는 라트나를 유언비어 유포 등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는 고발장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세툐 와시스토 인도네시아 경찰청 대변인은 16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올해 6월 수마트라 섬 토바 호수 여객선 침몰사고 모금 계좌에서 라트나의 성형시술 대금이 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반전에 야권은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하고 라트나에게 대선 캠프에서 탈퇴할 것을 요구했다.
내년 4월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대권을 놓고 맞대결을 펼치는 야권 대선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는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라면서 "그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트나는 4일 밤 몰래 출국하려다가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배우와 감독 등으로 활동하던 라트나는 1990년대에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고, 최근에는 조코위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 왔다.
그는 2016년 12월에는 신성모독 논란에 휘말린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당시 자카르타 주지사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에 참석한 군중을 선동해 정부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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