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추정…이 상인은 1년 넘게 입금 사실 몰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카라치의 슬럼가에 사는 한 아이스크림 상인의 계좌에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눈먼 돈' 23억루피(약 210억원)가 입금된 일이 발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이 상인은 글을 모르는 이로 자신의 계좌에 이 같은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1년 넘게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압둘 카디르라는 이름의 이 상인은 지난달 파키스탄 연방수사국(FIA)에 불려가 조사를 받다가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뒤 경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디르는 현지 TV 인터뷰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며 "내가 (계좌에 그 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그 돈은 거기에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누군가 돈세탁을 위해 카디르의 계좌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FIA는 다른 저소득층의 계좌 77곳 이상에 입금된 돈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돈의 소유주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전 대통령으로 추정된다.
FIA는 자르다리 전 대통령이 350억루피(약 3천195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돈세탁하는 과정에서 이들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르다리 전 대통령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으로 1990년대에 아내의 지위 등을 이용해 여러 부정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FIA는 2년 전 파키스탄 연방은행의 신고로 이번 수사에 나섰다.
파키스탄 연방은행은 2014∼2015년 사이에 개설된 카디르의 계좌에서 거액이 출금된 점에 주목해 FIA에 신고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