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따져 몰수 원칙…임차인 살면 예외 적용할 수도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뇌물로 받은 돈을 아파트 사는데 보탰다면 해당 아파트는 어떻게 처분될까?
아파트값에서 보탠 금액의 비율을 따져 지분만큼 몰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전세를 줘 임차인이 살고 있다면 사정이 다르다.
7일 법원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지역본부 팀장 A(57)씨는 2015년 6월 파주 운정지구 전기공사를 감독하면서 B업체 선정 대가로 뇌물 5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5억2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는데 돈이 부족하자 B업체 대표에게 "다른 공사도 알선해 주겠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업체 대표에게 5천만원을 받아 이 가운데 2천800만원을 아파트 구매에 썼다.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뇌물에 해당하는 아파트 지분의 몰수를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아파트 몰수 대신 보탠 금액의 추징을 판결, 총 5천만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소유한 아파트 중 취득가액 대비 뇌물로 충당한 금액에 해당하는 지분은 불법 수익에서 유래된 재산에 해당하므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따라 몰수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기업 직원은 공무원과 같은 법 적용을 받는다.
문제는 해당 아파트에 임차인이 산다는 점이다. 결국 재판부는 몰수 대신 지분 만큼의 추징을 선택했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도 예외 조항은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해당 아파트 취득가액 대비 불법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고 현재 임차인이 살고 있다"며 "아파트 지분을 몰수하면 거주 불안 또는 보증금 반환 문제 등이 있어 몰수는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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